국내 영재고·과학고에 입학한 후 학교를 그만두거나 옮기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영재고의 중도이탈학생(고2·고3)은 최근 4년 사이 3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신입생(고1) 이탈률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의학계열 진학 제재 강화와 선발 시스템 미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부 학생들의 학교 부적응, 진로 변경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입학 전후 전 과정을 촘촘하게 살펴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종로학원에 의뢰해 전국 28개 영재고·과학고 중 한국과학영재학교(학교알리미 미공시)를 제외한 27개교의 중도이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4년 사이 영재고·과학고의 중도이탈 학생이 큰 폭으로 늘었다. 2014~2017학년도에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자퇴한 학생 수는 196명이었는데 2018~2021학년도에는 319명으로 123명(62.8%) 늘었다.
학교별로 보면 영재고 이탈 학생은 2014~2017학년도 23명에서 2018~2021학년도에는 69명으로 3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과학고 중도이탈학생도 173명에서 250명으로 44.5% 증가했다. 권역별로는 서울 소재(영재고 1, 과학고 2) 학교의 이탈률(116.7%)이 4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지방권(19개교)도 86.8% 늘었다. 신입생 중도이탈률은 4년 사이 39.1% 증가(영재고 137.5%, 과학고 26.2%)했다.
이처럼 고등학생들이 의대계열 진학을 위해 영재고와 과학고에서 이탈하는 와중에 일부 학원들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 의대 입시준비반까지 운영하면서 교육 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서는 등 ‘의대 쏠림’의 부작용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학계열 열풍 속에 지나친 규제와 부실한 선발 시스템이 영재고와 과학고생의 중도이탈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정확한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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