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록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연일 진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당내에서는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을 두고 공개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친윤계(친윤석열계) 핵심 인물인 이철규 사무총장은 4일 녹취록 사태와 관련해 태 최고위원이 책임을 져야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본인이 있지도 않은 말을 함으로써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녹취록에서 태 최고위원은 보좌진들에게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관계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말했는데, 이를 ‘허위 발언’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데, (태 최고위원은) 있지도 않은 일을 갖고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슬과 다른 표현을 했다고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두고 ‘태영호 죽이기 집단린치’라고 반발한 데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뒷거래 공천 의혹’으로 확산되는 것을 염려한 듯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 열리던 최고위원회의가 이날 취소된 것을 두고도 ‘태영호 리스크 잠재우기’라는 뒷말이 나왔다. 이와 관련 김기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정상 불가능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전날 녹취록 논란에 대해 윤리위원회에 병합 판단을 요청하면서 “이 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본인이 과장해서 표현한 게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켜서 당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됐다는 점을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녹취록 내용이 거짓이라고 전제했다.
지도부의 노력에도 당 내에서는 공천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안철수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수석을 겨냥해 “남한테 이야기할 게 아니고 본인께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시면 아무 일도 안 생길 텐데 참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의 당 대표 경선 의혹을 우려하던 자신에게 이 수석이 경고한 말을 되받아친 것이다.
안 의원은 “태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당의 공천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그런 가능성들을 이렇게 이야기한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당무 개입) 자체가 헌법 위반이 아니겠나.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것 때문에 대법원 실형 판결을 받았다”며 “이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이 윤리위 징계 절차를 개시한 것을 놓고 “책임져야할 사람이 누구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위만 소집해서 뭘 할 수 있나”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만약 힘으로 찍어누르는 상황이라면 이제 국회의원들이 수석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아니면 용산 사람들과 대화할 때 녹음기를 켜고 갈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태 최고위원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소명 기한인 7일까지 서면 자료를 제출하고 8일 윤리위 3차 회의에 출석해 소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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