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퀀텀 등 첨단 기술 분야의 국가 표준 전략을 발표하며 이 시장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미국은 특히 주요 동맹국들과 이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전략이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4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우리의 전략적 경쟁자들은 핵심 첨단 기술 분야 표준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고, 이는 그들의 군사 및 산업 분야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표준 마련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새로 정비할 필요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부문과 협력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나라들과 공조를 통해 AI와 에너지, 생명공학, 퀀텀 등 분야의 차세대 국제 표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발표한 이번 국가 표준 전략은 그간 민간 영역이 주도하던 표준 개발에 정부의 투자와 관여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력과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및 신흥 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CET)’ 로 △통신 및 네트워킹 기술 △컴퓨터와 메모리, 스토리지 기술을 포함한 반도체 및 마이크로전자기술 △인공지능(AI) 및 머신 러닝 △생명공학 △청정에너지 발생 및 저장 △양자 정보 기술 △핵심 광물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를 지목했다.
또 국가 표준 전략으로 투자·참여·인력·포괄성 등 4대 목표를 제시하며 이를 위한 8가지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추진 방안에는 △표준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증대 △민간 부문의 참여를 방해하는 장벽 제거 △국제표준 거버넌스 및 리더십에서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의 대표성 및 영향력 강화 △새로운 표준 인력 교육 및 역량 강화 △강력한 표준 거버넌스 절차를 지원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표준 협력 심화 △표준 개발에 있어 광범위한 대표성 촉진 등이 담겼다.
보고서는 “미국은 우리가 이전의 인터넷과 무선통신, 기타 디지털 표준을 사용했던 것처럼 새로운 영역에서 길을 이끌기 위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표준 시스템에 전념하는 모든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당국자는 이날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나라도 배제하고 싶지 않으며 모두와 테이블에 앉고 싶다”며 “이 전략은 미국의 첨단 기술 부문에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다양한 층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략을 통해 미국은 유럽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도 첨단 기술 표준을 위한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6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신설하고 바이오, 배터리, 에너지 기술, 반도체, 디지털, 양자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당시 첨단기술 협력을 국가안보 시각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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