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 지역 주요 아랍 국가를 연결하는 철도망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전략과 위안화 확대 등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중동 지역과의 경협을 강화해 중국의 거센 도전을 저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매체는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7일 사우디·UAE·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철도망 건설 계획을 상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6일 사우디를 방문한다. 중동 지역 철도망 건설 아이디어는 미국과 인도·이스라엘·UAE 간 협의체인 I2U2회담에서 제안됐으며 중국의 역점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동부 지중해 연안의 레반트 지역과 페르시아만 일대 걸프 지역의 아랍 국가를 철도로 잇고 페르시아만 연안부터는 바닷길로 인도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초기 논의에 직접 관여했던 이스라엘 고위 관리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 측에서 중동 지역 철도망 건설 아이디어를 냈다. 철도망 건설에 인도의 전문 기술을 사용하는 내용도 제안에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달간 이 제안을 발전시켜 사우디 참여까지로 확장했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이 계획은) 처음부터 중국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DC 주재 인도대사관과 UAE대사관·사우디대사관은 중동 철도 건설 계획과 관련한 악시오스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리번 보좌관은 이달 4일 워싱턴DC 근동정책연구소 연설에서 중동 전략을 설명하며 I2U2를 강조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일부 언급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연설에서 “우리의 경제 기술과 외교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남아시아와 중동·미국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라며 여러 관련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통합되고 상호 연결된 중동은 우리 동맹국과 동반자 국가들에 힘을 실어주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킨다”며 “또한 장기적으로 우리의 근본적 이익을 희생시키거나 개입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이 지역에서 미국 자원에 대한 수요를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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