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자 주변 인물들은 범죄 수익을 빼돌리기 위해 그를 협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의 신임을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조차 비밀 폭로를 암시하며 성과급을 우선 지급해달라며 독촉했다.
6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의 김씨 아내 등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사건 공소장에는 김 씨가 궁지에 몰리자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과정이 담겼다. 특히 이 씨는 지난해 9월 본인의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김 씨에게 여러 차례 폭로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씨는 2021년 9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의 ‘50억 퇴직금’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김 씨나 곽 전 의원 부자들과 수시로 연락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가담하다 지난해 7월 검찰 수사팀이 재편하자 돌변했다. 김 씨에게 ‘성과급 27억 원을 대여금 형태로 우회 지급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했고, 난색을 보이는 김 씨에게 이 씨는 같은 해 8월 “제 2의 정영학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협박하기도 했다. 돈의 지급이 원활하지 않자 “김 씨와 인연을 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결국 김 씨는 그해 9월 화천대유 계좌에서 총 23억 8500만원을 대여금을 가장해 이 씨에게 송금했다.
한 저축은행 상무였던 유 모 씨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과거 2007~2008년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한 유 씨에게 취재 명목으로 접근해 10억 원 가량의 돈을 뜯어낸 적이 있는 인물이다. 2008~2009년 이 저축은행의 회장이 대출비리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검찰에 얘기해 사건이 잘 해결되도록 도와주겠다며 2억원을 챙겼고, 유 씨가 또 다른 대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도 검찰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2억 원을 받아내는 등이다. 검찰은 이 외에도 법률신문 인수대금·회식비·골프비 등을 포함하면 총 10억 원에 이른다고 적시했다. 다만 김 씨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유씨는 2011년 4월 구속돼 10년 간 옥살이를 했다.
상황은 대장동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낸 이후 달라졌다. 유 씨는 출소 후인 2021년 9~10월 언론보도를 통해 대장동 사건을 파악하고 김 씨에게 연락해 과거 돈을 받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10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유 씨는 김 씨 변호인을 통해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그중 1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김 씨는 2021년 11월 2억 5000만 원을 유 씨에게 줬다. 유 씨는 김 씨 구속 이후에도 서면 등을 통해 협박을 지속했고 구속기간 만료가 된 이후에도 협박을 이어가며 결국 같은 해 12월 300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 검찰은 유 씨가 이 돈이 대장동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알고서 이를 은닉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24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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