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엄정한 대처를 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한미 간의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도 열어두며 향후 높은 수위의 한미일 공조를 예고했다. 12년 만에 재개된 한일 셔틀외교과 함께 한미일 삼각 공조가 본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정상회담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일본은 물론 전 세계 평화·안전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이달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보더라도 양국 간 협력은 필수”라며 “일한미(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중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미 간 핵무기 운용 공동 메커니즘인 NCG에 일본이 추가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 선언이 완결된 것이 아니고 공동 기획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내용을 채워나가야 한다”며 “일본도 미국과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NCG가 정착된 후 한미일 간 확장 억제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지금 막 만든 한미 NCG 자체를 3자 혹은 4자로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향후 한미 NCG에 참여하게 될 경우 한미 간 확장 억제 안보협력(핵우산 포함)이 한미일을 비롯한 역내 다자 간 안보협력으로 진화할 여지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안보연대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우리 정부와 군은 일본의 참여는 단기간에 진행되기보다 향후 중장기적으로 상호 여건을 봐가며 점진적으로 타진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단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부터 워싱턴 선언에 기반해 완료한 뒤 역내 안보여건과 일본의 의지, 한미 국민들의 여론 등을 감안해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한 지난해 11월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이행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한일 정상은 이달 19~21일 G7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보다 진전된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한일은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 등을 체결해 주요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사후적 공유에 불과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계가 크다는 평가다.
북한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 행위가 이어지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보이고 있다”며 대만해협 등 중국의 영유권 분쟁이 지역 내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 소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한일은 단일대오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1970~1980년대 자국민의 북한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일본 정부는 지금도 납북자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납치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께서 강한 지지를 해주신 데 감사를 표한다”며 “북한과 대화의 창이 열려 있음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화성-18형’ 발사를 끝으로 한미일 공조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 한반도 배치 동향 등을 살피며 도발 수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무기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예고와 달리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핵실험을 단행하지 못하는 데는 기술적 문제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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