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면서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역대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과 관련해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수많은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는 제 말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이는 당시 힘든 경험을 한 분들에 대한 제 심정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국제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의 토대인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은 더 끈끈한 연대로 협력해나가야 한다”며 전략적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도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정세를 보더라도 양국 간 협력은 필수”라며 “우리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한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공동 조사 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면서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양 정상은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도 개최한다. 3월 한일, 4월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 3국 정상이 만나 북핵과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를 논의하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공격에 미국의 핵 자산으로 반격하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이 북한의 핵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성남공항에 도착한 뒤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가 현충원을 참배한 의미를 “한국 역사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8일 한일의원연맹, 한국 경제단체 관계자와의 면담 행사를 진행한 후 낮 12시 15분 서울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돌아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