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기사가 표를 잘못 끊은 승객에게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가 욕설을 들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속버스 기사가 왜 쌍욕을 먹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현직 고속버스 기사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조금 전 손님에게 쌍욕을 먹었는데 누가 잘못했는지 봐 달라”며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서울에서 안성으로 가는 우등 고속버스에 28명의 승객을 태워 출발했다. 당시 버스는 만석 상태였다.
첫 번째 정류장인 모 아파트에서 내리는 손님은 3명으로 단말기에 표시됐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A씨는 “‘이번 정류장 풍림입니다’라고 최대한 크게 3번에 걸쳐 소리쳤다”며 “그러나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가끔 중앙대나 종점까지 가는 손님 중에 실수로 첫 번째 정류장으로 표를 끊는 분은 있지만, 한 번에 3명은 처음이었다”며 “두 번째 정류장부터 더욱 확실하게 인원 파악을 했다”고 했다.
A씨는 다음 정류장 때부터 내리는 인원을 확인했고 별다른 문제 없이 운행이 이어졌다. 문제는 XX대학교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발생했다. 그가 “손님 중에 중앙대 내리시는 분 손들어 주세요”라고 소리치자, 표를 구매한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손을 든 것이다.
A씨는 “단말기상 하차 손님은 6명이지만, 내리겠다는 손님은 8명이었다”며 “한 명씩 표를 확인하는데 마지막으로 내리려던 3명이 머뭇거리더라. 젊은 남성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둘이었다. 표 확인을 해보니 첫 번째 정류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승객에게 “손님께서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이미 지나오셨다”고 했고, 이에 승객은 “졸다가 지나쳤다”고 했다. 이에 A씨는 “죄송하지만 제가 아까 분명히 큰 소리로 3번이나 외쳤다. 추가 요금을 내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승객은 돈을 내겠다며 얼마냐고 물었는데, 당시 A씨는 성인과 초등학생 2명분의 추가 요금 2800원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A씨는 “(손님이) 대화 중간중간 욕을 했다”며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저장됐다”고 주장했다.
A씨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가 “애들 데리고 그러지 마세요”라고 하자 남자 승객이 “아이 XX. 거 진짜 아저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라고 욕설을 하는 소리가 담겼다.
이후 승객은 “애들하고 자다가 못 내린 거 아니냐”라고 했고, A씨는 “제가 누구나 다 들을 수 있게 크게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승객은 “자는데 어떻게 듣냐고, 그걸” 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예, 그냥 가세요”라고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자 해당 승객은 A씨를 향해 “그렇게 살지 맙시다. 진짜”라고 말했다.
A씨는 “20살은 어려 보이는 승객에게 저렇게 쌍욕을 먹었다”며 “승객의 뒤에서 숨죽이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욕먹고도 참았다”고 했다. 이어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제게 ‘고생하시네요’, ‘수고하세요’ 등 위로의 말을 해주고 가셨다”며 “버스 기사란 직업은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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