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올해 시범 도입한 혼성기동대에서 남녀 경찰관들 간 갈등이 불거진 끝에 일부 여경이 전출을 가게 됐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61기동대 소속 여성경찰관 6명 중 4명이 전출을 요청해 이날부로 다른 기동단으로 소속을 옮겼다.
문제는 지난 2일 한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61기동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우리 여경 사우들은 건물 미화 도와주시는 주무관들과 화장실, 샤워실을 같이 쓴다. 이 여경 사우들이 주무관들이랑 공용공간 같이 못 쓰겠다고 했다”며 “얼마 전엔 주무관들이 화장실을 못 사용하도록 비밀번호를 바꾸고 알려주지 않았다”고 적었다.
해당 글이 퍼지면서 “여경이 건물 미화원에게 부당한 갑질을 했다”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이후 여경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지난 4일 병가를 낸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여경들이 병가 받고 놀러 간 동안 남경은 여경 공백을 채우느라 고생한다” 등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감찰 결과 이 글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여경이 비밀번호를 바꾼 건 내부 시설공사 때문으로 조사됐다. 주무관들에게 바뀐 비밀번호가 전달되는 과정에 착오가 있었고, 뒤늦게 전달받은 주무관들 역시 문제 삼지 않아 비밀번호를 바꾼 여성 대원이 주의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결국 도 넘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여성경찰관 4명은 전출 의사를 밝혔고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경찰은 여성 대원들 뜻에 따라 인사발령을 냈다.
61기동대를 지휘하는 6기동단 단장은 이날 내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5월 9일 자로 61기동대 여경 4명이 타 기동단으로 갈 예정”이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에서 시범 운영하던 혼성기동대를 지난 2월부터 서울경찰청 등 7개 시·도경찰청에 추가로 편성했다. 서울경찰청은 9개 혼성기동대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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