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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거부권 행사 해도 안해도 '의료현장' 혼란…극적 타협 가능할까

9일 간협 기자회견…무기한 단식투쟁 선포

9일 오전 마스크를 착용한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을 위한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 여파에 둘로 쪼개진 의료직역단체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16일 국무회의 상정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여당이 중재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야간 갈등 구도에 의료계 양 진영도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봉합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 반대 직역들이 바라는 대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간호사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고, 현안대로 공포될 경우 대학병원 교수, 레지던트(전공의)까지 가세해 의료계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혼란이 불가피하다.

◇ 간협 “무기한 단식투쟁 돌입…거부권 행사 시 단체행동 고려”


한국간호과학회 등 12개 간호단체들은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대통령이 공약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친 간호법을 조속히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을 반대하는 의료직역 단체들이 '총파업'을 빌미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서자 간호사들도 '무기한 단식'과 단체행동 카드를 꺼내들고 강수를 펼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을 대표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협회 회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자 한다”며 “세 번의 국회 입법 시도 끝에 본회의 의결이라는 결실을 맺은 간호법을 두고 정부와 여당은 공공연하게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하면서 그간 논의와 입법과정을 모두 물거품으로 돌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간호법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뒷받침하며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법안이라는 의료연대의 주장은 허위주장에 그치지 않으며, 17일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법 제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도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오는 2024년 4월 총선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도 엄포를 놨다.



간협은 “22대 국회에서 책임을 묻기 위해 오늘 전국 16개 시도 지역별로 총선기획단을 출범한다”며 “전국 50만 간호사와 12만 예비간호사가 1인 1정당에 가입하고 가장 공식적인 의사표현 수단이자 기본 권리인 투표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을 비롯한 간호계 대표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간호협회 회관 앞에 단식천막을 세우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할 예정이다.

◇의사·간호조무사·치과의사도 “간호법 결사반대…파업” 으름장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범위, 체계 등에 관한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간호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 면허가 취소된 후 재교부 받았음에도 또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호사, 한의사를 제외한 의료직역 13개 단체는 이들 두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의료직역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오는 11일에는 1차 파업 때보다 규모를 2배 가량 키워 2차 부분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17일 범의료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총파업에는 대학병원 교수, 레지던트(전공의) 등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료연대는 최장 3일까지 파업을 지속할 수도 있다는 강경 태세를 지속 중이어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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