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조직원들이 ‘일을 위한 일’에 시간을 쏟지 않게 하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사업을 전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로 ‘효율’을 꼽았다. 김 대표는 “창업 전 대형 금융회사에서 근무할 때 정말 가치 있고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 보고를 위한 업무 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투자 관련 리서치를 하거나 상품 분석을 하기보다는 비생산적인 회의를 하거나 다른 부서에 문서를 작성해 공유하고 보고를 위한 자료를 만드는 등 ‘일을 위한 일’의 비중이 훨씬 높았던 이전 직장 생활 이야기였다.
“진짜 생산적인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의 비중이 때로는 2 대 8이나 된다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면 200명이 필요한 일도 60명이면 되지 않을까 싶었고 제가 만약 회사를 차리게 된다면 일을 위한 일은 철저하게 줄이고자 했죠.”
효율적인 근무 환경을 위해 김 대표는 뻔한 보고 체계를 만드는 대신 협업 툴인 ‘슬랙’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에게 설명을 듣기보다는 먼저 스스로 실무 현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는 “의사 결정권자인 저에게 설명하라고 하기 위해 직원들의 시간을 뺏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경영진도 미리 업무를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회사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개발에 대한 이해도도 갖췄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금융공학을 공부하면서 코딩이라는 게 아예 생소했던 영역은 아니었다”며 “다만 기본적인 것만 알고 전문적인 것은 최대한 다른 경영진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효율’이라는 단어는 김 대표의 경영 원칙일 뿐만 아니라 트래블월렛을 창업하게 된 계기와도 맞닿아 있다. 전통 금융권 출신인 김 대표가 비효율적인 외환 환전 및 결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꾼 결과가 트래블월렛이기 때문이다. 은행·카드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복잡해진 시스템 때문에 높아진 수수료 체계를 선불식 충전과 비자(VISA)와의 협업으로 단순화했다. 금융 솔루션이라는 B2B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꿈 역시 비효율적인 금융 관련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효율적인 솔루션들로 개선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업무와 산업 생태계에서 효율을 통한 혁신을 이뤄내는 것. 그것이 스타트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 아닐까요.”
이밖에 김 대표는 금융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정책이 효율성 있게 빨리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트래블월렛이라는 서비스가 시작하는 데에만 여러 인가를 받느라 몇 년이 걸렸다”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같이 오래도록 계류돼 있는 법안들도 있어 이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못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대신 그전에는 규제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네거티브 방식이 적용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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