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국무회의에서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임 정부의 이념에 치우친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을 정상화하려면 앞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이어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수출 확대와 해외 첨단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면서 경제 활성화 의지를 피력했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만나 투자를 설득한 것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우수성을 알리고 양질의 투자를 유치해 대한민국을 글로벌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의 다짐이 실현되려면 노동·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노동 개혁의 기본 틀과 청사진을 마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경총이 최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 개혁 정책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6%가 노사법치주의 확립 등 정부의 노동 개혁 정책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가장 잘하고 있는 노동정책으로는 ‘노조 회계의 투명성 제고’를 꼽았다. 윤 대통령이 “규제 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라고 강조하며 힘을 쏟고 있는 규제 혁파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027건의 규제 개선 과제가 완료됐고 이에 따른 경제 효과도 70조 원이나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고 갈 길은 멀다. 지금 우리 경제는 올해 성장률 1% 달성도 위태로울 정도로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이를 돌파하려면 신속한 노동 개혁과 적극적인 규제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점화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방산과 원전에 이어 인공지능(AI)·바이오·전기차 등을 제2·제3의 ‘수출효자’ 품목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9일 전기차 생산 시설 투자에 최대 3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결정한 것처럼 신성장 산업 전반에도 과감한 세제·예산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개혁의 성공을 위해 불굴의 뚝심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국론을 결집해야 한다. 다만 각계에서 나오는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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