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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낮잠

신미나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훔치다

쌀벌레 같은 것이 만져졌다

검지로 찍어보니 엄마였다

나는 엄마를 잃어버릴까봐

골무 속에 넣었다

엄마는 자꾸만 밖으로 기어나왔다

엄마, 왜 이렇게 작아진 거야

엄마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다음 생에서는

엄마로 태어나지 말아요

손가락으로 엄마를 찍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잠에서 깨어나

눈가를 문질렀다

딸아, 변기 타고 무사히 바다로 왔단다. 지구 생명의 처음 자궁에 도착했단다. 눈가를 문지르지 마라. 네 손에 묻어 허공에 들려질 때 짜릿했단다. 엄마가 쌀벌레로 보이다니 잘 키웠구나. 모든 엄마는 거인이란다. 자식을 낳는 게 아니라 세계를 낳는단다. 네가 보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던 세계란다. 걱정 마라. 엄마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나는 다시 캄캄한 첫울음이 되련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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