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20여 명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집주인이 “돈이 있어야 갚아줄 것 아니냐. 신고하라”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
8일 JTBC는 경기 수원에서 세입자 20여 명의 전세보증금을 들고 잠적한 집주인 A씨와 인터뷰를 전했다. A씨는 2019년 28억 5000만 원에 해당 빌라를 샀는데, 그중 대출이 15억 원이었으며 나머지는 보증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빌라에 거주한 청년들은 1억 2000만~1억 8000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내고 살았다. 16세대 세입자 22명이 A씨에게 맡긴 돈만 24억 5000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A씨는 세입자들과 연락을 끊었다. 이에 취재진은 A씨를 직접 찾아갔다. 인천의 자택 앞에서 기다린 끝에 만난 A씨는 화를 내며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A씨는 보증금의 행방에 대해 “자신의 동생, 아는 사업가와 함께 다른 빌라를 사고파는 데 썼다”고 했다.
이어 “전세보증금을 갖고 있으면서 ‘나중에 세입자가 나갈 때 돌려줘야지’ 하는 집주인이 어디 있느냐”라며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A씨는 “신고하는 게 세입자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못 되는데 어떡하라고”라며 오히려 전세 사기로 경찰에게 신고하라며 큰소리쳤다. 또 건물값은 오를 테니 세입자들이 빚을 더 내서 빌라를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터무니없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입자들은 모두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로, “평일에 회사 다니고 주말에 알바도 한다”, “허리 골절돼서 후유장애로 받은 돈이었다”, “스물여덟 살 인생에서 제가 모았던 전 재산이다”, “판결 나기 전에 안 좋은 생각이 들어서 극단적인 시도도 했다”라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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