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신고제 계도(유예)기간이 이달 종료되는 가운데 정부가 계도 기간인 지난 2년간 체결된 전월세 계약에 대해서 신고하지 않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동안 계도 기간 미신고건에 대해 과태료 부과가 소급 적용되는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임대·임차인들의 혼란이 컸다. 국토부는 전세사기로 인해 임대차 시장이 혼란한 데다 임차·임대인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11일 국토부 관계자는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 과태료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계도 기간 체결한 전월세 계약건을 등록하지 않더라도 과태료는 내지 않도록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신고제는 2020년 7월 31일 통과된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다. 보증금이 6000만 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관할 주민센터나 온라인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 의무적으로 계약 내용을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미신고 기간과 계약금액에 비례해 4만 원부터 최대 1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부는 2021년 6월 1일부터 전월세신고제를 시행하면서 지난해 6월 말까지 1년간 계도 기간을 운영했다.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 부담 완화와 지방자치단체 행정 여건 등을 고려해 계도 기간을 1년 더 연장했고 6월부터 정식 시행된다.
그동안 임대차 시장 현장에서는 유예기간 미신고건이 과태료 대상이 되는지 논란이 지속돼왔다. 국토부는 올 초만 하더라도 “지난 2년간 계도 기간에 계약한 것도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는 비공식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상당수 임대·임차인들이 반발해 국토부에 민원을 넣었고 미신고자 숫자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 전국 지자체에서 미신고자를 가려낼 시스템이 마땅히 갖춰지지 않은 점, 과태료에 방점이 찍힐 경우 국민 반발이 가중될 것 등을 감안해 미부과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들에게 정책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점도 고려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1년 계도 기간 연장을 발표할 때 ‘계도 기간 동안 전월세 계약을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고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이에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신고하지 않아도 과태료가 면제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수차례의 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과태료 부과가 소급 적용이 안 되면 계도 기간 전월세 계약을 맺은 임대인·임차인들의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월세신고제가 본격 시행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임대인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정부 당국은 전월세 신고 내용을 통한 임대소득 파악을 과세와 연결 짓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장담할 수 없지 않느냐”며 “신고제로 소득이 낱낱이 드러나면 세금이 늘어날까봐 우려하는 임대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신고제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월세를 30만 원 이하로 낮추는 대신 관리비를 높이는 등의 꼼수 계약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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