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을 계기로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AI가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대신하고 지능형 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람들의 생산·이동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디지털 기술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스며들면서 우리 사회가 이제 이 기술과 더불어 살아가는 디지털 심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 사회적 대변혁의 시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지난 1년간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먼저 지난해 9월 윤석열 정부의 국가 디지털 정책을 이끌어갈 범정부 전략인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이 발표됐다. 여기에는 우리가 디지털 혁신의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과 함께 디지털 심화 시대의 초석이 될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국제사회와 같이 정립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관련 부처는 물론 산학연의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현장성과 실행력을 기대할 만하다.
디지털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을 감안할 때 초일류·초격차를 지향하는 과감한 산업·기술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달 연이어 발표된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과 ‘소프트웨어 진흥 전략’이 눈길을 끈다. 이 두 기술 영역은 그 자체로서 큰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블록체인·클라우드 등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의 혁신을 이끄는 견인차라 할 수 있다. 초거대 AI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산업계와 정부가 한 팀이 돼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성과를 창출해 내기를 기대한다. 정보통신 강국 대한민국의 상징인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혁신적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마련한 ‘K네트워크 2030 전략’도 의미가 크다. 6세대(6G) 이동통신·위성·양자 등 네트워크 신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국가적 차원에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원활한 접근과 활용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도 보강되고 있다. 지난해 말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그간 제도적인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디지털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 대책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럽다. 이동통신 요금제 세분화를 통해 소비자가 이용량에 따라 더 낮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시니어나 청년을 위한 별도의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한 것도 매우 반갑다.
디지털 기술의 파급력이 국가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어 관련 정책 또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수립하고 실행력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범부처를 아우르는 두 민관합동위원회가 지난해 9월 연이어 출범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합리적이며 유연한 디지털 정부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데이터의 생산·유통·활용을 촉진하고 규제를 혁파하는 등 혁신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민관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혁신의 동반자가 되는 국정 운영 모델이 성공한다면 세계 속의 진정한 디지털 강국으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은 디지털이 일상생활로 깊게 스며드는 것을 실감한 한 해였다. 정책적으로는 AI·데이터·소프트웨어·네트워크·미디어·콘텐츠 등 디지털 산업과 서비스가 더 크게 발전하기 위한 발판을 단단히 다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디지털 모범 국가로 도약하는 한 해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최근 제시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방안’을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범정부적 차원에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혁신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이 함께 누리기 위한 규범과 질서 체계를 국제사회에 제안하고 이와 관련된 논의를 주도해 우리나라가 디지털 심화기의 글로벌 파이어니어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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