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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 슈퍼마리오…미술관은 왜 게임을 소장할까

국립현대미술관, '게임사회' 전시

'게임의 예술성' 탐구…MoMA 소장품도 전시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게임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게임을 통해 일상에서 게임이 어떻게 예술로서 대중의 삶에 스며들었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9월 10일까지.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국내 최대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의 OST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것. 리니지 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단지 효과음 정도로 취급받던 ‘스타크래프트’, ‘메이플스토리’ 등의 OST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공연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게임이 콘서트홀을 넘어서 미술관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최대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스미소니언 미술관이 수집한 비디오게임 소장품과 국내 게임 등을 전시하는 ‘게임사회’라는 독특한 전시를 12일부터 개최한다.

게임은 음악, 미술이 기술과 결합한 미래형 예술의 완전체다. 하지만 미술관이 게임을 ‘소장’하고 있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게임 속 음악, 그래픽, 캐릭터 IP, 기술 특허는 모두 각각의 소유자가 있다. 게임 개발사는 이 개별 권리를 통제 하고, 유통사가 게임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미술관이 끼어들 틈이 어디란 말인가. 그리고 미술관은 왜 이 정도의 상업 영역에 손을 내미는 걸까. ‘게임사회’는 게임을 바라보는 대중의 이같은 이중적 시각에 답을 던진다.

‘예술게임 게임예술', ‘세계 너머의 세계’, ‘정체성 게임’ 등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게임사회’라는 큰 주제에 걸맞게 일상에서 게임이 어떻게 ‘예술과 문화’로서 대중의 삶에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우선 ‘예술게임, 게임예술’에서는 매체로서의 게임에 대한 성찰을 다룬다. 1990년대 중반 전 세계를 평정한 MMORPG 전쟁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잔혹하기 짝이 없다. 종족간 전쟁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핵’을 동반한다. 이같은 게임에 세계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현실에 반발하며 등장한 게임이 ‘플로우(2007)’와 ‘플라워(2009)’다. 뉴욕현대미술관과 스미소니언미술관이 동시에 소장하고 있는 두 게임은 ‘아름다움’에 주목한다. 바람과 꽃이 대지를 모험하는 시나리오로 게임의 예술적 속성과 창의성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두 곳의 미술관이 같은 게임을 동시에 소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는 사운드, 디자인 프로그래밍, 브랜딩, 캐릭터 디자인 등 수없이 많다”며 “게임 전체를 누구의 것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고 이 중 하나의 요소를 ‘개념’으로서 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너머의 세계'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시건설 게임 ‘심시티’, ‘마인크래프트’ 등의 게임을 볼 수 있다. 공간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용자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탐구할 수 있는 내적 근육을 길러준다. 시공간의 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관람객 체험이 가능한 ‘전위 예술’이라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게임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게임을 통해 일상에서 게임이 어떻게 예술로서 대중의 삶에 스며들었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9월 10일까지. 사진=연합뉴스


‘정체성 게임’에서는 게임이라는 예술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한다. 게임을 조작하는 ‘콘솔 기기’는 커다랗다. 어린 시절에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이를 조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여성인 기자는 성인이 되어 더이상 ‘콘솔 기기’가 필요한 비디오 게임을 하지 않게 됐다. 홍이지 학예연구사는 “커다란 콘솔기기 제조사는 단 한 번도 여성과 아이의 손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여성이 흔하게 게임에서 배제된 이유를 설명한다. 이에 대한 반발로 미술관은 커다란 콘솔기기를 각각의 기능으로 분해한 엑스박스(X-BOX)의 접근성 게임 컨트롤러를 설치, 장애·비장애인이 모두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또한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의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 람한의 VR신작 ‘튜토리얼: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 등은 게임과 사회가 강력하게 동기화된 현실 세계에서 게임 매체를 통해 공동체가 느끼는 사회적 경험의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미술관은 왜 게임을 소장하는 것일까. 게임은 여가 시간을 메우는 오락기에서 ‘현대미술’로 진화한지 오래다. 이제는 사회가 다른 현대미술이 그렇듯 게임 역시 예술적 실천으로 사유할 시점이다. 뉴욕현대미술관이 ‘팩맨’ ‘슈퍼마리오’ 등의 클래식 게임부터 ‘플라워’와 같은 ‘개념 게임’을 미리 소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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