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미국의 반도체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중 갈등에 대비한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으로 베트남·태국·인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수혜를 입고 있는 경향이 뚜렷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입 규모가 154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36억 달러)보다 13.1%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중 대(對)아시아 수입액은 말레이시아·대만·베트남·태국·한국·중국·일본·캄보디아·인도·필리핀 순으로 많았다.
아시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반도체 시험 및 패키징 공정 시설이 많은 말레이시아에서 33억 달러를 수입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48억 달러)와 비교했을 때는 32.3%나 줄었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무역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은 7억 1020만 달러로 10.8% 감소했다. 일본도 5억 2860만 달러로 5.2% 줄었다.
반면 공급망 다양화의 영향으로 동남아 지역 수입액은 크게 늘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 각각 17억 달러와 15억 달러를 수입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62.6%와 90.1%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과 태국 수입액을 합치면 미국 반도체 수입의 5분의 1에 달한다"며 미국 기업들이 미·중 긴장 고조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양국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와 캄보디아 수입액이 각각 4억 9710만 달러와 4억 990만 달러로 3791.9%, 488.6%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을 기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첨단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 수입액은 각각 11억 달러와 22억 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20.5%, 8.1% 늘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하는 많은 제품들이 한국과 대만에서 1차 제조되고 있어 실제 반도체 공급망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수입 현황에 대해 "미국이 국내 제조만으로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반도체과학법을 토대로 미국에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실제 공장 설립까지는 수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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