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에요.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우리 법률과 사람들의 인식들이 동물권 침해 문제를 크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방향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물건이 아니다(글항아리 펴냄)’의 저자 박주연 변호사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박 변호사는 “ ‘동물은 물건’이라는 명제가 부정될 경우 동물 학대에 대해 더 엄격히 처벌하고 동물보호에 대한 책임도 더 강력하게 물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상 권리의 주체는 사람과 법인, 권리의 객체는 물건이다. 반려견을 포함해 모든 동물은 민법 98조에 따라 ‘물건’으로 분류된다. 자동차나 신문지, 돌멩이와 같은 취급을 동물이 받는 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세상이 사람과 동물, 그리고 물건으로 이뤄져 있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물이 물건 취급을 받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수많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자는 2011년 사법연수원에 있을 당시 참혹한 새끼 돼지 사진을 보고 ‘동물권 변호사’가 됐다고 한다. 그는 “경기도의 한 군부대 이전 반대 집회에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새끼 돼지를 공개적으로 능지처참했는데 고통에 일그러진 돼지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새끼 돼지가 그곳까지 끌려가 죽임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더 나아가 동물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도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그는 “동물을 위함은 동물 만을 위함이 아니다”며 “동물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들의 본성과 행복을 존중하는 태도는 이 사회의 약자,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가 이번에 책을 낸 직접적인 이유는 11년 만에 개정돼 올해 4월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을 설명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개정 동물보호법은 곁에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길 대상으로서의 동물이 아닌, 동물 자체의 권리를 신장시키고 갈수록 잔혹해지는 동물 학대를 처벌하는 내용을 강화했다.
올해로 12년 차 변호사인 저자는 이른바 ‘동물권 변호사’다. 인권 변호사에 빗대 그렇게 표현된다. 앞서 2017년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People for non-human rights)’를 설립해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현재는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개인적으로 반려견 2마리와 같이 있다고 한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국내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한다. 책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312만 가구(전체 가구의 15%)이며 이중 242만가구 즉 77%가 개를 키운다.
한편 우리는 고기도 많이 먹는데 지난 한해 국내에서 식용 목적으로 도축된 동물은 무려 닭 10억2457만 마리, 돼지 1855만 마리, 소 101만 마리다. 박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과도한 육식을 줄이고 적어도 공장식 축산이 아닌 제대로 된 시설에서 키워진 고기를 소비하는 것이 동물보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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