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청 청원경찰이 헬스장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이를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12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청원경찰 A씨를 직위 해제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그는 앞서 2021년 학동역 인근의 한 헬스장에서 여성의 얼굴과 다리, 상체 등이 담긴 사진 2장을 몰래 찍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진을 청원경찰 대화방에 공유했다.
A씨는 사진을 유포하며 “찍는 순간 절묘하게 가렸네요. 일부로 구도 잡고 찍어보려 했는데ㅋㅋ”라며 “구청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클래스”, “월화수목금토일 한 명씩 만나보고 싶다”, “여자가 레깅스 입고 엎드려서 하체 운동을 하는데 엉덩이골이…” 등 노골적인 성적 발언을 지속했다.
이를 본 다른 청원경찰이 “맘에 들면 예쁜 애들 앞에서 바지 한 번씩 내려. 그러면 경찰서에서 매일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자 A씨는 “생각도 못 한 꿀팁! 실행해보겠습니다”라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해당 대화 내용은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재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글쓴이는 “넌 안 되겠더라”라며 “너를 보면 몰카(불법 촬영) 찍어대고 자랑인 것처럼 품평하듯 으스대는 것 꼴 보기도 싫다.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힐끔 보면서 네 맘대로 품평회를 여는 것도 없어 보인다”고 질타했다.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부터 강남구청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며 구청 청사의 경비·방호 업무를 맡아왔다. 청원경찰은 업무상 여성 화장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여성 숙직실 폐쇄회로(CC)TV를 볼 수 있어 피해 범위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해당 구청 여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전해진다.
강남구청 노조 관계자는 “강남구청 직원 10명 중 7명이 여성이라 다들 불안해했다”면서 “노조 게시판에 해당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린 것도 여성 숙직자들이 A씨와 함께 당직을 못 서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7일 구청에 A씨 비위 문제를 공론화했고, 해당 구청 감사실과 총무과는 조사 끝에 A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아울러 지난 5일 강남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했고, 10일 A씨를 직위 해제했다.
A씨는 조사에서 모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화는 2021년쯤 주고받은 것이고 현재 해당 대화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A씨의 추가 범행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하는 사항이지만 구청 안에 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사실은 전혀 없다"면서 "A씨와 신원이 확인된 단체방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적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유포할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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