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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쓰레기가 미래다





버려지는 물건이 이토록 많은 줄, 예전에는 몰랐다. 세탁소에서 옷을 세탁한 뒤 씌워주는 비닐은 전국적으로 연간 6억 장(2022년 런드리고 자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내놓은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세탁소 이용자 중 63.3%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세탁소 비닐을 벗겨 쓰레기통에 버린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의 80%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장으로 직행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낭비가 없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는 1인당 일평균 생활 폐기물 발생량이 1.43㎏으로 전국 평균의 약 1.6배에 달한다. ‘섬’이라는 특수성에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그만큼 많아서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놀랍지 않지만 의외의 폐기물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숙박업소에서 나오는 침구 폐기물이다. 제주도의 숙박 사업자는 무려 6521곳(2021년 기준), 객실 7만 7877개에서 쓰는 침구는 378만 6000장인데 이 가운데 연간 70만 장가량이 버려진다. 이 중 99%가 소각장으로 향한다. 고급 숙박업소일수록 면 100%의 고급 침구를 폐기한다고 한다. 역시 이런 낭비가 없다.

다행히 이런 ‘쓰레기’에 부가가치를 얹어 되살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업사이클 스타트업 ‘제클린’과 ‘레미투미’는 5성급 호텔에서 폐기하는 침구를 수거해 타올·침구, 반려동물 용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한다. ‘슬록’은 화장품 업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멀쩡한 원료 1576억 원어치를 구출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모양이 예쁘지 않아서, 조그만 흠집 때문에 버려졌던 ‘못난이 농산물’만 판매하는 ‘어글리어스’는 2022년 700%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여전히 모자란 부분을 채울 ‘뾰족한’ 정책이 아쉽다. 예를 들어 세탁소 비닐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카페, 식당, 대형마트, 편의점, 스포츠 경기장 등에 도입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서 제외됐다. 세탁 비닐 생산 기업 및 세탁소 프랜차이즈들이 재활용 의무와 비용을 나눠 맡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2019년부터 적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생산 비용이 저렴한 세탁소 비닐의 특성상 적은 분담금만 치르고 재활용은 외면하기 일쑤다. 의류나 숙박업소 침구는 EPR 대상조차 아니며 폐기 처리에 대한 부담금도, 재활용에 대한 유인책도 없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는 느리게나마 확대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트에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넘쳐 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고 2021년에는 K순환경제 이행 계획을 수립해 제도적 틀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구멍이 크다.

환경에 이로운 방향으로 쓰레기를 자원화하려면 애초에 덜 생산하고 덜 쓰게 하되, 배출되는 쓰레기에 대한 부담금을 늘리는 한편 쓰레기 자원화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야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쓰레기 자원화 사업 모델을 키우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재활용 소재의 사용률을 높이고 탄소배출량은 줄이도록 하는 글로벌 규제 트렌드를 주도할 절호의 기회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가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줄 ‘뾰족한’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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