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삐~ 삐”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주제어실에서 약 3초간 지진 발생을 알리는 경보 소리가 이어졌다. 발전소 내에서 지반가속도 0.01g(규모 약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신호다. 땅이 흔들리고 경보가 울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초. 지진 발생 1초 만에 진동을 감지하고 3초 이내에 경보를 발령한다.
원전안전위원회와 기상청은 올 1월 이후 동해에서 크고작은 지진이 50여 차례나 발생하면서 인근에 위치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날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찾아 지진과 기후변화, 방사능 비상 대책 등 여러 협력 분야별 추진 사항을 논의하고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두 기관은 점검 결과 “우리 원전은 10m 쓰나미가 와도 안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고려했을 때 해수면이 60㎝ 상승해도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면서 “신한울 1호기는 10m 쓰나미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됐는데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60㎝ 올라도 쓰나미 규모는 10m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 수준은 우리나라와 지진 환경이 유사한 미국 중동부나 유럽보다 높다. 기존까지는 최대 6.0 규모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나 내진 성능을 대폭 보강하면서 7.0 규모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성능을 대폭 향상했다.
원전지진 자동정지시스템(ASTS)을 통해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 작동을 자동으로 중단해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다. 발전소에서 감지된 지진의 크기가 지반가속도 0.1g(규모 약 5.5)이라면 원자로가 수동 정지되고 지반가속도 0.2g(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면 원자로는 4초 만에 자동 정지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 발생 사실을 5초만 먼저 인지해도 인명 피해 등을 80% 가까이 막을 수 있다”면서 “현재 기상청과 원안위는 지진이 발생하면 1초 만에 이를 탐지해 3~5초 사이 경보를 발생하고 원전을 자동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이 동해 근처에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일과 쓰나미가 일었을 때 원전을 바닷물로부터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철저한 안전운전! 완벽한 정비품질! 최고의 성과 달성!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표어들이 곳곳에 붙은 주요 시설 근처에는 높이 10m, 두께 1m, 무게 27톤짜리 철로 만들어진 방수문이 설치돼 있다. 재난 상황시 안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상디젤발전기실(EDG) 건물 외부에는 약 4m 높이의 적층식 차수벽이 하나 더 자리했다.
이뿐만 아니다. 바닷가 근처에는 발전소 시설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해안 방벽도 있다. 발전소를 둘러싼 보호막만 3개인 셈이다. 모두 지진 발생시 해일·쓰나미로 발전소 시설이 바닷물에 잠기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방안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 당시 비상 안전 전기 시설이 모두 물에 잠기면서 발생한 원전 사고 피해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특히 고리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전원 시설을 5개 이상 구축해 지진 발생에도 냉각로 등의 작동이 멈추지 않도록 대비했다.
기상청은 지진 관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고밀도 국가 지진관측망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2027년까지 지진관측망을 현재 390개에서 851개로 54% 늘려 지진 조기 탐지 시간을 0.7~2.0초 단축할 계획이다.
기존에 도입된 지진 관측 장비에 대한 기능 검증 및 인증 절차도 2025년 12월까지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상산업기술원에 따르면 2021년 11월 이후 신규로 들여온 장비는 검정대행기관 등을 통해 별도의 기기 불량·고장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현장에 투입됐다. 지진계검정센터 관계자는 “기록계·속도센서·가속도센서 등 지진 관측 장비에 대해 불량품 검사를 하고 있다”며 “장비 성능을 봤을 때 보통 6~8% 이내의 불합격률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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