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자산 투자와 ‘코인 게이트’ 의혹의 당사자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탈당을 선언했다. 암호화폐의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대 60억 원어치 보유했었다는 언론 보도로 논란이 불거진 지 9일이 지난 뒤 내린 결정이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더는 당과 당원 여러분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탈당은 2030 젊은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폭락하자 마지못해 내놓은 고육책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심각한 부패·비리 의혹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자진 탈당’ 카드로 물타기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해왔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자 탈당을 선언했다. 이어 윤관석·이성만 의원도 탈당 수순을 밟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탈당했다가 1년 만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의 경우에서 드러났듯이 자진 탈당은 민주당이 정치적 고비마다 꺼내는 꼼수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선거법 위반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방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이제는 ‘탈당 쇼’로 부패 사건을 덮고 유권자들을 속이는 게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살아남으려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정 및 쇄신 노력을 해야 한다.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밝힌 뒤 참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쇄신 의총’에서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으나 뒤늦게 형식적 사과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분출된 지도부 책임론을 피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의혹 발생 6일 후에야 당의 진상조사단을 꾸린 것이 이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 코인 스캔들은 민주당에 ‘조국 사태’ 못지않게 도덕적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내로남불’과 위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제2 창당 수준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정당 존립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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