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 물가가 두 배 이상 폭등한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무려 연 97%로 인상하는 등의 초강수를 담은 긴급조치를 발표한다.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가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6%포인트 올린 97%로 인상하는 내용의 새로운 정부 긴급조치를 15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0월 대선이 예정된 가운데 아르헨티나 정부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돈을 찍어낸 데 따른 여파로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109%(전년 대비)로 199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외환보유액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달러 대비 자국 화폐 가치도 급락한 상황이다.
또 정부는 카드에 적용되는 금리를 낮춰 소비를 촉진하고 특수 취약층을 대상으로 현금카드 사용 시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환불해줌으로써 구매력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최대 규모의 청과물 시장인 중앙시장에 야채 등 식품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해 물가 상승률을 낮춘다.
이 외에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차관 지급을 앞당기기 위해 IMF 측을 설득하고 있고 대외 무역에서 중국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기 위해 29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달 아르헨티나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활성화해 이달 수입액 중 10억 달러 이상을 위안화로 지불하기로 했다.
FT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인플레이션 하향과 경제 부양에 실패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개입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계속되는 금리 상승은 막대한 양의 국내 부채의 상환 부담을 더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IMF 전무이사인 아르헨티나 외교관 엑토르 토레스는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투기꾼과 싸우기 위해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지속 불가능한 환율을 지지하기 위해 IMF에서 받은 차관을 소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이는 새로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베팅하라고 투기꾼을 모으는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경제학자들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외환 및 가격 통제가 막대한 경제 왜곡을 일으키고 투자·생산을 억제했다고 비판해왔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아르헨티나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주요 남미 경제 중 최악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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