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미래가 과거보다 분명히 더 약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달러의 지배력이 잃는 상황에 대해 대비해야 합니다.”
루이기 진갈레스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패권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 왔다. 진갈레스 교수는 “달러의 지배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쪽에 명백히 동의한다”며 “문제는 달러가 어느 정도로 매력을 잃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달러 패권 논쟁은 최근 월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업계에서 조용히 번지는 화두다. 달러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여전히 철옹성이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영국 런던의 투자업체 유리즌SLJ캐피털이 낸 보고서가 논쟁의 불을 붙였다. 20년 전 세계 각국의 외화준비금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달러가 지난해 47%까지 줄어 들었으며, 특히 지난해 하락폭(8%포인트)은 20년 평균 연간 하락 속도의 10배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번지던 논쟁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달러를 옹호하고 나서는 등 미국와 유럽의 정부 인사들까지 참전하면서 세계 경제의 주요 의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진갈레스 교수는 “달러 패권 상실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달러 지배력 감소의 원인은 미국 스스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결제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대체 결제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여러 기업과 국가들이 달러 외 화폐를 통해 무역을 하려는 수요를 부르는 반향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패권이 단기간에 급락할 시나리오도 있다고 봤다. 바로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상한 문제다. 진갈레스 교수는 “정부 부채 한도 협상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며 “만약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달러 우위를 관에 넣고 못을 박는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부채 한도를 늘리지 못하면 미국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고, 이는 세계의 미국 국채 투자 수요가 끊긴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진갈레스 교수는 “오늘날 모든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기 때문에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만약 그런 믿음이 깨지기 시작한다면 그 영향은 추정하기조차 어렵지만, 엄청나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부채 상한은 31조 4000억 달러로 무디스 팀은 연방정부의 보유 현금이 소진되는 'X-데이트(X-date)'를 오는 8월15일로 보고 있다. 옐런 장관은 6월 초 디폴트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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