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곡물의 해상 수출을 위해 러시아와 맺었던 흑해곡물협정의 만료 시한이 코앞에 닥쳤지만 재연장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협정 재연장에 실패할 경우 지난해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발생했던 세계 식량 부족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가 트로핌체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사는 1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는 흑해곡물협정이 18일 종료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진행된 회담에서는 협정 연장과는 상반된 신호를 받았다”며 “이번 주 추가 회담은 계획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 항로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흑해곡물협정의 종료 시한이 앞으로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연장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해당 협정을 맺은 후 두 차례 기한을 연장했다.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비료 수출 제약과 서방의 금융 제재 등에 대한 해결을 이번 협정 재연장의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앞서 10~11일 협정 재연장을 위한 4자 협정 당사자 간 회담이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돌아갔다.
곡물협정이 결렬돼 우크라이나의 해상 수출길이 다시 막힐 경우 세계 식량 시장은 또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곡물협정 연장을 촉구하며 “(협정 종료 시) 아프리카 국가에 식량 위기가 닥칠 것이며 이는 대규모 이주민 사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밀·옥수수 최대 수출국으로 흑해 항로로 해마다 4500만 톤가량의 곡물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흑해 항로가 6개월간 봉쇄됐던 지난해 국제 곡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이로 인해 케냐 등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 의존도가 큰 국가들은 최악의 식량난에 시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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