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을 흉기로 찌른 고등학생에게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교내봉사’ 처분만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은 동급생 B군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렸다. 당시 B군은 버튼을 누르면 날이 들어가고 나오는 흉기를 이용해 A군 복부를 찌르는 시늉을 하다가 실제로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A군은 복부에 길이 2㎝, 깊이 2㎝의 자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피해자 A군과 부모는 학교에 두 학생의 분반 조치와 실태조사를 요구했고, 같은 해 12월 관할 교육지원청에서 학폭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심의 결과, B군에게는 교내봉사 10시간과 학생·보호자 특별교육 처분이 내려졌다.
심의위가 평가한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기본 판단 점수’(부문별 4점, 총 20점 만점)를 살펴보면 △심각성 3점 △지속성 0점 △고의성 0점 △반성정도 1점 △화해정도 2점으로 총 6점이다.
심의위는 “보고서를 통해 사건 발생 경위·동기·기타 사정을 파악했고 학생들과 각 보호자의 의견도 청취해 종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이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 다만 가해 학생 역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학생”이라며 “이 사건에 내려진 조치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A군의 부모는 심의위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배에 흉기를 들이대는 B군에게 아들이 분명 ‘하지 말라’는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고의성에서 0점이 나왔다”며 “실제로 흉기에 배가 찔리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어떤 상황이 발생해야 고의성이 인정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전학을 가겠다던 B군 측은 막상 교내봉사 처분을 받자 전학도 가지 않았다”며 “심의위가 끝난 직후 한 차례 만난 이후로는 더 이상의 사과도 없다”고 강조했다.
A군은 학교에서 B군을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에 고통을 호소해 지난해 12월 먼저 전학을 갔으며 이후 B군도 전학을 간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A군은 복부의 흉터를 제거하는 치료를 받고 있으며,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인해 최근까지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A군 부모는 심의위의 결정에 반발해 지난 3월 대전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지난 9일 심리에 참석해 고의성과 화해, 반성 정도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심리가 끝난 뒤 B군 부모는 “아이가 흉기를 학교에 가져갔고, 상해를 입힌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다만 아이가 평소 무기류를 좋아하고 수집한다. 수집품을 학교에 가져가 장난을 치던 중 실수로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뉴스1에 해명했다.
이어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다.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보호자에게 연락해 사죄드리기도 했다”며 “사고 이후의 소통 과정에서 오해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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