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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콘크리트의 변신…'그린 리모델링'의 미래를 만나다

[건축과도시]

◆ 한국외대 '지속가능한 도서관'

전면 커튼월 적용 '열린 도서관' 강조

수평·수직증축으로 여유공간 더 늘려

휴게 테라스·다목적 콘퍼런스룸 활용

복층유리·태양광 설비로 효율 높여

에너지 소요량 기존 대비 60% 절감

녹색건축대전 국토부장관상 수상도

한국외대 지속가능한 도서관 전경. 사진 제공=포스코A&C건축사무소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이후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담론은 이어져왔다. 건축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에서는 노후 건축물(10년 이상~35년 미만) 비중이 연면적 기준으로 60%에 달하는 만큼 ‘그린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축물의 가치 향상과 더불어 에너지 성능·효율 개선을 통해 기존 건축물을 녹색 건축물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 과제 중 하나다.

한국외대에 들어선 ‘지속가능한 도서관’은 그린리모델링의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현재 사용자들에게 최대한의 만족감을 제공하면서 폐기물을 거의 남기지 않는 리사이클링과 에너지 절감 등의 기술을 적용한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환경과 ‘공존’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일반적으로 학교 시설의 평당 건축비는 기타 대규모 건축물보다 공사비가 매우 적게 든다. 단순 콘크리트 구조에 창문만 하나씩 달린 교도소보다 저렴할 정도다. 1973년 준공된 기존의 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회색 깍두기’ 같기만 하던 콘크리트 건물은 이미 노후화로 효율이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한국외대 지속 가능한 도서관의 전면 외관. 커튼월을 적용해 열린 도서관, 스마트 도서관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사진 제공=포스코A&C건축사무소


2년여에 걸친 그린리모델링 이후 도서관은 캠퍼스 내 변화의 상징이 됐다. 새롭게 태어난 건축물이 다음 세대에게 계속해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도 ‘지속가능한 도서관’으로 지었다. 건물을 여지껏 지탱하고 있는 뼈대와 주춧돌에는 지나온 50년간 수많은 학생들의 추억도 여전히 새겨져 있다. 50년간 학생들에게 지식의 원천이 돼준 수많은 책들은 모빌랙을 활용해 지하 보존 서고로 옮겨졌다. 기존 10만 권을 수용할 수 있던 서고는 이제 최대 70만 권을 수용할 수 있다. 인문학과가 강점인 한국외대의 학생들이 전자책보다는 일반 책을 많이 보는 특성을 고려한 공간이다. 무게가 나가는 책들을 지하로 옮김으로써 건물의 구조 안정성도 증대됐다.

도서관 전면 외관에는 커튼월을 적용해 열린 도서관, 스마트 도서관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꽉 막힌 사각형 건물에 작은 출입구만 뚫려 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캠퍼스 방향을 향해 탁 트인 개방감을 자랑한다. 낮은 층고와 꽉 막힌 구조로 답답함을 자아내던 도서관 로비는 라운지가 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널찍이 들어선 개방형 열람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마련돼 있다. 미디어플라자에는 컴퓨터존과 노트북존·그룹스터디룸·세미나실 등 보다 다양한 공간들을 배치했다. 칸칸이 나눠진 열람실에 앉아 공부만 하던 기존 도서관의 모습을 벗어나 다양한 학습 자료를 열람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1인 학습 공간(캐럴)을 예약할 수도 있다.

전면 저층부는 수평 증축해 약 1500평의 공간을 더 만들었다. 이렇게 생겨난 입체적인 공간은 캠퍼스의 외부 공간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휴게 데크 테라스로 사용되고 있다. 작지만 아름답기로 유명한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저층 수평 증축으로 늘어난 입체적 공간은 현재 휴게 데크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A&C건축사무소




경량 철골로 특수 지붕을 설계하면서 위로도 1개층이 늘어나는 수직 증축도 가능해졌다. 이곳에는 강연이나 회의 등 변화하는 스마트 도서관의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콘퍼런스룸이 들어섰다.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은 오랫동안 이 도서관에 근무한 한 사서다. 도서관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강연이나 미디어 관람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현재 이곳은 매월 명사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와 학생들의 독서PT, 다양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상영하는 공간이 돼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개방감이 더해진 로비와 새로 들어선 다목적 콘퍼런스룸. 사진 제공=포스코A&C건축사무소


외관도 외관이지만 지속가능한 도서관의 진정한 가치는 그린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효율에서 드러난다. 먼저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열 교환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일반 환기 대비 2배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추운 날 굳이 창을 열고 환기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다시 온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복층유리와 고효율 창호 등을 사용해 단열 기능을 높였으며 해가 잘 드는 도서관 배면(남향)은 창면적을 최소화해 에너지 손실을 줄여 냉방 효과를 높였다.

이 밖에 인근 교수회관과 통합해 사용하던 기존 가스보일러를 개별 전기보일러로 교체해 급탕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등 노후 건물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모두 끊어냈다. 기존 형광등도 LED조명으로 교체해 조명부하를 줄였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옥상에는 126㎾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전체 조명부하의 142% 이상을 발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린리모델링으로 거듭난 지속가능한 도서관 개요. 사진 제공=포스코A&C건축사사무소


리모델링 이후 에너지소비 분석(ECO2-OD시뮬레이션) 결과 건물의 에너지 요구량은 기존 대비 약 53.4% 줄었다. 설비 효율화와 태양에너지 등 신재생 계획으로 에너지 소요량은 약 59.4% 절감됐으며 이에 따라 녹색건축 일반 그린 4등급, 에너지효율 1+등급을 달성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단순히 외장과 내부 마감을 교체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절감과 공간 디자인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속가능한 도서관은 2021년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국토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달에는 ‘그린리모델링 우수사례 외신 프레스 투어’의 방문지로도 선정돼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저감 주요 기술과 사업 효과 등을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

국토교통부의 그린리모델링 이자 지원 사업 지원 대상으로 연 3%의 이자도 지원받고 있다. 국토부는 2014년부터 공공건축물과 민간건축물을 대상으로 공사비 대출이자의 일부를 보조해주며 그린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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