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고음악의 대가’ 로 불리는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가 이끄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창조하는 응축된 에너지가 공연 내내 이어지다가 마침내 화려한 마무리로 끝맺자 관객들이 열띤 호응으로 보답한 것이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2017년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으로 한국을 찾은 지 6년만의 내한 공연이었다.
이날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선보인 음악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헤레베허의 지휘 아래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섬세하게 곡의 흐름을 조절하며 찬란한 화음을 연주했다. 앞선 서면 인터뷰에서 헤레베허는 ‘주피터’와 ‘영웅’을 이번 공연의 곡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한국에 자주 갈 수 없으니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교향곡 중 최고의 두 작품을 엮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면서 “둘 다 긍정과 희망의 정서를 담고 있기도 하다. 고난과 시련을 딛고 있는 인간의 승리를 담아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연에 참여한 오케스트라의 인원은 46명 안팎으로 통상적인 오케스트라 연주에 비해 적었지만 무대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벨기에 출신의 헤레베허는 원래 정신과 의사였다. 하지만 의대생이던 1970년 지휘 공부를 함께 시작해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해 바로크 시대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지휘자로 성장했다. 독특한 이력의 그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이후 거트 현과 고전 활 등 시대 악기를 사용하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고음악 오케스트라가 됐다.
이날 공연에서 복잡한 대위법적 기술이 녹아든 ‘주피터’는 헤레베허가 빚어낸 샹들리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18세기 양식의 총체를 조화롭게 표현했다. ‘주피터’는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 3곡 중 하나이자 마지막 교향곡이기도 하다. 헤레베허는 “‘주피터’ 교향곡은 탁월하다”면서 “천재적인 마지막 악장을 들어보면 이 곡이 왜 대위법과 푸가에 있어 모차르트의 걸작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공연 중 4악장에서 등장한 거대한 푸가는 정교한 조율에 기반한 에너지를 퍼뜨리며 종지부를 찍었다.
한때 나폴레옹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명한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연주 또한 거대한 영웅의 풍채를 떠올리게 했다. 2악장 ‘장송 행진곡’에서 독특한 리듬으로 비롯된 고독한 선율의 시작은 영웅의 뒤안길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오는 20일 새롭게 개관한 부천아트센터에서도 무대를 올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