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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 못 막는 '종잇장 방탄복'…국기연, 꼼수 인증 알고도 묵인

감사원 '장병 여건 실태' 발표

군부대에 5만벌 보급 드러나

병영시설엔 '라돈' 등 노출도

지난해 12월 경기도 양평군 일대에서 국군 장병들이 20㎜ 벌컨포를 운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합참




총탄에 뚫릴 수 있는 방탄복 5만여 벌이 장병들에게 보급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드러났다. 국군 장병들의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실내 공기 질 관리 방안을 마련했지만 부실한 관리 탓에 장병들은 라돈 등 오염 물질에 노출된 채 생활했다. 감사원은 담당 기관에 책임을 묻고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18일 ‘장병 복무 여건 개선 추진 실태’ 자료를 통해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MZ 세대 장병들의 애로를 반영해 복무 여건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 거주 여건조차 보장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지속되면서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장병들의 의식주·건강 관련 사안에 대한 집중 감사를 벌였다.

방탄복의 품질 보증을 담당하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된 방탄복 제조 업체의 꼼수를 인지했지만 이를 시정하지 않고 보급했다. 2022년 3월 제조 업체 A사의 방탄복은 방탄 성능 유효함을 인증받았지만 이는 성능 시험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덧댄 결과였다. 국기연은 제조 업체의 꼼수를 사전에 알았지만 시험 기관에 이를 통보하지 않았고 같은 해 5월 ‘성능 조작’ 민원에도 ‘기준 충족’ 판단을 내렸다. 감사원이 A사의 방탄복을 시험해보니 덧대지 않은 부분은 후면변형량 허용 기준(44㎜)을 초과하는 등 피격 시 사망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국가기관이 제조 업체의 속임수를 바로잡지 못하고 장병들의 생명을 담보로 제조와 납품을 승인해준 꼴이 됐다.



불합리한 기준을 준용해 부대 시설 내 공기 질을 소홀하게 관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방부는 다중이용시설에 실내 공기 질 유지, 권고 기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 시간이 짧은 도서관은 8개 항목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생활관은 미세먼지 1개 항목만 측정하는 방식으로 부실하게 규정을 운용해왔다. 실내 공기 질 관리 대상 2772개 중 503개는 측정하지 않았다.

특히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오염 물질에 장병들이 노출돼 있었다. 감사원이 생활관, 작전 시설 등 341개 지점을 선정해 공기 질을 측정한 결과 41개 지점에서 라돈(3건) 등 4개의 오염 물질 43건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실내 공기 질 관리 기준, 오염도를 대표할 수 있는 위치 선정 지침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장병들의 거주 개선 사업과 관련해서도 주로 시간을 보내는 생활관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건물 노후도를 기준으로 공사를 진행한 사실도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장병들의 건강·안정 위해 요인을 확인했다”며 “국방부에 방탄복 성능 미달 책임을 묻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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