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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거부에 뿔난 간호사·간호대생, 오늘 광화문에 4만명 모인다

간호사단체 사상 첫 단체행동…정부도 예의주시

면허증 모아 반납…대리처방 거부 등 준법투쟁도 병행

김영경(오른쪽 두 번째) 대한간호협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향후 대응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발하고 있는 현직 간호사와 간호대생 4만여 명이 오늘(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를 규탄하는 국민대회를 연다. 대리수술, 대리처방, 채혈 등 간호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불법 진료 요구에 대해 거부하는 준법투쟁도 병행하고 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간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인 간호법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1차 간호사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간호사 단체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단체행동을 예고한 것이다. 간협은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에 현직 간호사와 간호대생 3만~4만 명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파업이 아니며 조직적 연차 신청을 독려하겠다고 못 박았다. 앞서 의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 직역 단체들이 간호법이 공포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던 것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간협 회관을 찾아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만큼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한 간호계의 반발은 크다. 앞서 국제간호사의 날인 지난 12일에는 현직 간호사와 전국 200여 개 간호대 학생 2만 여명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정부부처와 경찰 등도 오늘 집회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한국간호대학(과)장협의회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국 주요 간호대를 대상으로 간호법 관련 집회와 관련해 강제 동원 및 참여 여부, 출석 처리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개별 대학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교무처를 통해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단체행동에 동원시켜서는 안 된다’ ‘대학의 공결 처리 기준을 준수해달라’ 등의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북·충남 등 일부 지역 관할경찰서 정보과는 간호대 교수, 조교, 학생회장 등에게 개별적으로 집회 참석 여부를 묻는 전화를 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협은 그동안 간호사들에게 암암리에 지시가 내려졌던 불법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투쟁'도 전개 중이다. 대리처방, 대리수술은 물론이고 채혈, 초음파,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tube(비위관) 및 T-tube(기관절개관)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이 엄연히 간호사 면허범위를 벗어나지만 병원 인력난을 이유로 간호사들에게 요구되어 왔던 관행들이다. 간협은 간호사가 거부해야 할 의사의 불법적인 업무에 관한 리스트를 의료기관에 배포한 후 협회 내 불법진료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현장실사단을 별도 운영 관리한다고 예고했다. 당초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 간호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2, 3차 의료기관에서 수술 지연 등의 차질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아직까지 현장에서 큰 혼란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간호계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업무 지시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면서도 “간호사가 하지 않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을 만큼 불법 의료행위가 만연하다는 것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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