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농업 현장 간담회에서 수박을 먹은 것과 관련해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수박을 처단하라는 시그널(신호)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수박’은 일부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은어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에서 열린 ‘청년농업 현장방문 및 간담회’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수박을 먹었다. 이 같은 모습이 언론 보도 사진을 통해 전해지자 일부 이 대표 강성 지지자,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은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 커뮤니티에 ‘이 대표가 시그널을 보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 지지자는 “이재명급의 정치인이라면 촬영이 되는 저런 행사들에는 다 ‘연출’이 들어간다”며 “당대표 된 이후 통합을 외치면서 수박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피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최근 김남국에 대한 수박들의 내부총질이 벌어지고 나서 대놓고 수박 먹는 시간을 가졌다는 건 이재명의 의도가 들어갔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 대표의 수박 먹는 사진과 함께 “수박들 모두 발라 먹어주겠다는 시그널인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표의 농업 현장 방문을 두고 일부 지지자들은 그가 팬덤 정치와 거리를 두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이 대표에게 “‘재명이네 마을’ 이장을 그만두고 팬덤 정치와 거리를 두라”고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표의 한 지지자는 “잼마을(재명이네 마을) 이장 그만두라니까 이장체험도 함”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딸들은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적극 두둔하고 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저희 민주당원은 김남국 의원의 출당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청원을 게시해 동의를 모으고 있다. 특히 코인 사태 이후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하는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다.
앞서 이 대표는 개딸들에게 당 내부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조롱하는 표현인 ‘찢’까지 언급하며 “‘수박’ 이러지 말자. 여러분들은 ‘찢’이라고 하면 듣기 좋은가. 그런 명칭을 쓰면 갈등이 격화한다. 언론에, 상대에 이용당하고 내부에 안 좋은 뜻을 가진 이들에게 또 이용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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