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다. 지난 13일은 올해 세계 철새의 날로, 세계 각지에서 철새 보호와 연구를 위한 각종 행사들이 열렸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일년 내내 다양한 철새들을 만나볼 수 있어 철새 생태계에 매우 의미가 큰 곳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지난 50년 간 세계 습지의 3분의 1일 사라졌고, 철새들의 번식지와 중간 기착지 역시 줄어들고 있다. 세계 조류종의 절반에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에 철새들을 지키기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신간 ‘날개 위의 세계’는 철새들의 이동을 꼼꼼히 추적한 현장 탐사 기록이다. 자연사 작가인 저자는 철새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과학자들과 조류학자들을 만난다.
철새들의 신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철새는 1~2초 간격으로 대뇌 절반의 활동을 멈출 수 있어 번갈아 가며 휴식을 취한다. 비만과 기아 상태를 1년에 수차례씩 수십 년간 반복하기도 한다. 마라톤 126회를 연속으로 달리는 거리를 비행하며 도래지들을 오간다. 철새는 눈을 통해 지구의 자기장을 읽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철새 연구는 계속해서 과학화되고 있다. 철새의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는 초소형화됐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철새의 이동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철새들의 기록은 데이터베이스화됐고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다.
그런데 철새 연구가 과학화되면서 명백해진 사실은 지구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 변화는 철새들의 생존율을 줄이고 있고, 해수면 상승과 사막화는 서식지 자체를 없애버리고 있다. 간척과 개발 사업도 큰 문제다. 서식지가 줄어들며 도시로 온 철새들은 야긴 비행을 하다 고층 빌딩과 충돌해 떨어진다.
저자가 철새들의 서식지 축소와 환경 파괴의 사례로 새만금을 든 것에 사뭇 부끄러움이 들기도 한다. 책은 “새만금의 습지는 2만 명의 어민들과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 철새들의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갯벌이었다”며 “전 세계에 서식하는 붉은어깨도요 총 개체수의 5분의 1인 7만 마리가 사라졌고, 그 숫자는 해마다 새만금을 찾았던 붉은어깨도요의 개체 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개발 사업이 중요하다는 것 역시 당연한 사실이지만 환경 보호 역시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생태사슬 속에서 한 종이 무너진다면 사슬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새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에 가장 민감하다. 이들의 보호가 인간 종의 보호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3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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