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절차가 미국·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난기류를 만났다. 미국 법무부는 두 항공사의 합병을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매체가 18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미국 내 중복 노선 경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관련 조사를 진행해왔다. 만약 실제로 소송을 건다면 미국 정부가 외국 항공사 간 합병을 막기 위해 제기하는 첫 사례가 된다. EU 집행위원회는 17일 대한항공 측에 합병 관련 중간 심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송하며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등의 항공사 합병 제동은 대한항공 등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를 다른 항공사에 넘기라는 주문의 일환일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 추진으로 우리 자동차·반도체 업체에 큰 피해를 준 데 이어 또 한국 기업 옥죄기를 시도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동맹보다 자국 이익이 우선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EU도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가치 공유국을 배려하지 않는다. 이미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3월 일찌감치 통과시킨 기업 결합 승인을 EU는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가며 미루고 있다.
아무리 글로벌 시장이 정글과 같더라도 항공사 합병을 가로막는 미국과 EU의 처사는 지나친 ‘친구 괴롭히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제 강제징용 제3자 배상 해법 제시라는 ‘통 큰 양보’를 얻고도 끝까지 항공사 합병 승인을 망설이며 한국 항공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제와 안보가 한몸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국제 통상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국 등의 동맹국 뒷다리 잡기는 양측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발휘해 가치 공유국들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미국·EU 등의 항공 합병 제동을 속히 풀어야 한다. 기업들도 외풍을 이겨내고 생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과 적극적인 투자로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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