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로 의심되는 남자가 공원에 쓰러져 있습니다. 경찰은 신속히 출동해 주세요. ”
지난 18일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 소재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 들어서자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폐쇄회로(CC)TV 화면들이 보였다. 지능형 CCTV 2500대가 응급 환자, 인파 사고 위험 등을 감지하면 관제실에 ‘배회’, ‘쓰러짐’ 등의 문구로 알리는 선별 관제 시스템이다. 위험 단계 중 최상급에 해당하는 이벤트가 모니터에 뜨면 관제사가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소방관에 알리면 각각 경찰서와 소방서에 알린다. 오산시는 이날 관제실을 찾은 행정안전부 안전 정책 담당자들과 출입기자들에게 시민이 쓰러진 상황 인지시 대처법 등을 시연했다.
통합운영센터는 사고 예방 뿐만 아니라 범죄 적발에도 CCTV를 활용하고 있었다. 오산시는 이날 새벽 CCTV로 음주운전자를 적발했다고 소개했다. 시에서 보여준 녹화 장면을 보니 0시 23분 스크린에 ‘배회’로 표기된 CCTV 화면이 올라왔고 화면 속 남성은 몸을 비틀거리다 승용차에 올라탔다. 이를 지켜보던 관제사가 경찰에 즉각 출동하도록 알려 음주운전자를 체포한 영상이었다.
오산시는 2013년 12월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를 열고 경찰, 소방과 연계해 CCTV망 기반 통합 관제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2013년부터 방범용 CCTV를 41만 해소짜리 고정형에서 200만 화소의 지능형(auto tracking system)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해 10년만에 2500대를 모두 지능형으로 전환했다. 지능형은 선명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사물 움직임에 따라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고정형 4개를 설치하는 효과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10·29 이태원참사에 따른 재난안전 종합대책 일환으로 24% 수준인 지능형 CCTV 보급률을 2027년까지 100%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자체 CCTV를 경찰·소방이 공유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통합플랫폼과 행안부 재난관리시스템 연계도 확대한다. 행안부는 올해 말 세부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하기 앞서 오산시를 방문해 CCTV 관제 체계 전환 방안을 모색했다.
지능형 CCTV가 범죄 예방과 대처에 큰 도움이 되는 듯 했지만 인파 사고 예방·대처에 활용하려면 개선해야 할 점들이 보였다. 오산시는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1제곱미터 공간에 몇명이 있느냐에 따라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구분하도록 했지만 자체적으로 마련된 기준인데다 밀집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지능형 CCTV를 도입했다고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오산시는 3000대까지 설치하면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보지만 CCTV는 밑을 내려다보기 때문에 고층 건물 화재 같은 경우에는 대처하기 힘들다.
예산과 인력 문제도 있다. 카메라 1대당 수백만원인 CCTV 설치는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국비를 지급하기 어렵고, 지급하더라도 어떻게 배분할지 정해야 한다. 또 관제 인력을 운영해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부담이다. 오산시는 16명을 4조 3교대로 투입시키고 있으며 1인당 카메라 500여대씩을 살펴본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풀어야 한다. 행안부는 CCTV 영상을 재난 대응 뿐만 아니라 예방·관리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을 추진 중이나 개인 동의가 없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24시간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특정시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때는 개인정보보호법상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