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로 나라 살림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지방 교육 재정은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87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수 111조 1000억 원에 비해 24조 원이나 줄었다. 이 상태로 가면 최소 30조 원 이상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3월까지 54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더구나 올해 경기가 하반기에는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수출 감소에 내수 침체까지 겹쳐 ‘상저하중(上低下中)’ 또는 ‘상저하저(上低下低)’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 재정은 적자인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기금은 지난해 22조1394억 원으로 편성됐다. 2018년 4763억 원에 불과했던 교육청 기금이 불과 4년 만에 20조 원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수입은 계속 늘어나는데 돈 쓸 곳은 마땅치 않아 갈수록 기금이 쌓이는 것이다. 2021년 지방 교육 재정의 경우 총세입 88조 1000억 원, 총세출 80조 6000억 원으로 약 7조 5000억 원의 잉여금이 발생했다.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할당하다 보니 교육청 수입이 자동으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저출산 가속화로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교부금은 교육청이 관할하는 유초중등교육에만 사용할 수 있을 뿐 대학 등 고등교육에는 한 푼도 쓸 수 없다.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교육교부금 제도의 전면 수술을 서두를 때가 됐다. 선거로 뽑히는 교육감은 남아 도는 돈으로 퍼주기 선심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상당수 교육청은 교직원 주택 대출, 재난지원금, 대북 지원 등 엉뚱한 곳에 자금을 과잉 지출해 교육 예산을 쌈짓돈처럼 쓴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제도를 재검토해 경상 국내총생산(GDP)과 학령인구 비율을 기준으로 재산정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또 남아도는 교육청 기금을 기술 초격차와 인재 육성을 위한 대학·평생교육 강화 등에 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