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이 세 나라의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일주일 새 13건의 연쇄 정상외교를 펼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슈퍼위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보편적 가치 연대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원전·방산·공급망 안정 문제에서 실리 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역시 국빈 방미 기간 이후 4주 연속 상승하는 등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국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22일 저녁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과의 회담을 끝으로 외교 슈퍼위크의 종지부를 찍었다. 윤 대통령은 1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일본·영국·독일 등 12개국(EU 포함) 정상과 회의 테이블에 마주앉았을 뿐 아니라 한미일정상회담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G7 정상회의 참가국 대부분이 먼저 윤 대통령과의 대화를 원하더라”며 “대한민국의 위상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석열표 외교에 대한 평가는 국내에서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해외 외교 일정 때마다 논란과 구설수가 생겨 문제가 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외교 성과에 힘입어 지지세가 강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외교 슈퍼위크 기간에 집계해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에 따르면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0%로 일주일 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1월 아랍에미리트(UAE)·다보스포럼 순방과 3월 방일 당시에는 긍정 평가율이 0.6~0.8%포인트 하락했다.
한미일 정상은 전례 없는 수준의 밀착을 과시하며 세 나라의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3국 안보 공조를 질적으로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안보 의제의 깊이를 더하고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합의한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공유를 넘어 공급망 안정 등 경제문제나 인적 교류도 안보의 관점에서 공조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 것은 이번 외교 슈퍼위크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한 외교 전문가는 “7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이어 이번에는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다”며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나름의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위령비 참배 직후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오염수 문제를 언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장관은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확실하게 우리 입장을 말했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국제 기준에 맞게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전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국과의 연쇄 양자회담에서 각 국가의 특성에 맞춰 공급망 안정화, 원전, 방산 중심의 세일즈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캐나다·호주·인도네시아 등 자원 부국과는 핵심 광물 중심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영국 총리와는 원전 협력을, 인도 총리와는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인 독일과 우리나라 핵심 무역국으로 부상 중인 베트남과는 경제협력의 밀도롤 높이기로 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