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전청약을 거쳐 올해 본청약을 예고한 공공분양 아파트 10곳 중 8곳 이상은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청약 시점이 내년 이후로 연기된 곳도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조기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사전청약 입주자 모집 공고문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올해 주택 공급 계획을 비교·분석한 결과 올해 본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던 사전청약 공공분양 아파트 19곳 중 16곳(전체의 84.2%)은 해당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연기하기로 했다. 총 공급 가구 수로는 1만 345가구에 달한다. 사전청약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 실수요자에게 안내한 일정대로 본청약을 진행하는 곳은 단 3곳이다. 올해 6월 경기 화성태안3 B3 공공분양(688가구), 10월 인천계양 A2 공공분양(747가구), 인천계양 A3 신혼희망타운(538가구)이 이에 해당한다.
본청약을 미룬 16곳 중 6곳(3152가구)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개월가량 본청약을 연기했다. 신혼희망타운인 의왕청계2 A1은 본청약 시점을 올해 10월에서 12월로 2개월을, 수원당수 A5(726가구)와 인천가정2 A2는 각각 4월에서 12월로 8개월을 미뤘다. 서울 한강 변 입지로 주목을 받은 서울대방 신혼희망타운도 군관사 철거 공사 문제로 애초 계획했던 일정(2023년 4월)보다 4개월 늦춰진 8월에 본청약을 실시한다. 성남신촌 A2와 파주운정 A22도 설계 지연과 인허가 문제로 본청약이 늦어졌다.
나머지 10곳(7193가구)은 연내 본청약이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본청약 시기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남양주진접2 4개 단지(A1·3·4, B1)는 올해 12월 본청약 예정이었으나 현장에서 중요 문화재가 다수 발견되면서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의왕월암 A1·3은 법정 보호종인 맹꽁이로 인해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성남복정2 A1은 주민 반대 민원에 따른 지자체의 시유지 보상 거부로, 고양장항S1은 주민 이주 반대와 매립 폐기물 문제로 올해 본청약이 물 건너갔다. LH 관계자는 “문화재와 법정 보호종 발견 등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많아 불가피하게 일정이 지연됐다”며 “적기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전청약과 본청약 시점 간 격차가 커지며 당첨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전청약 제도는 본청약 1~2년 전에 조기 공급해 주택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본청약 시점은 이보다 더 늦어지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입주 및 자금 마련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남양주진접2의 경우 사전청약 시점은 2021년 7월로, 본청약이 내년 1월에 실시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2년 6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LH가 2021년 사전청약 당첨자 4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41.3%는 적정 본청약 시점으로 ‘사전청약 후 1년 이상~2년 미만’을 꼽은 점을 고려하면 수요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전청약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LH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사업지구 내 수요의 크기를 파악하고 사업 지연에 따른 민원 및 당첨 이후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해 사업 지연 발생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한해서만 사전청약을 통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본청약 등 일정 지연에 따른 민원 해소를 위해 “공사 진행 상황과 지연 이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등을 소비자에게 적극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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