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폐쇄 여부를 심의한 끝에 커뮤니티를 차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방심위는 우울증갤러리를 전체 차단하는 대신 사업자에게 자율적인 규제 강화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구속력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방심위가 자율 규제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최근 경찰이 우울증갤러리 게시판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한 건에 대해 ‘사업자 자율 규제 강화’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위원 5명 중 4명이 게시판 성격과 표현의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커뮤니티 자체를 폐쇄하기보다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도록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방심위는 디시인사이드 운영진 측에 규제를 강화해달라는 내용을 정리해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결정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회사 측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구체적인 규제 항목 역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심위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살이나 자해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관련 기관과 협조를 해서라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수차례 똑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생명권에 관한 문제인 만큼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방심위 측에서는 디시인사이드 운영진 측에 시정 공문 정도를 내리면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거라 판단한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주무 기관인 방심위가 지침을 마련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행동을 보여줄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현행법상 커뮤니티 폐쇄가 어렵다면 자체 심의 의무를 강력하게 부과하고, 어겼을 때 페널티를 주는 방식의 단계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심위가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약 한 달간 전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삭제·차단한 극단적 선택 유발 정보는 117건에 달한다. 서울 강남에서 10대 여학생이 SNS 라이브를 통해 본인의 극단적인 선택을 생중계한 후 방심위와 경찰 등이 모든 커뮤니티의 불법 정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밝혔음에도 하루 3건 이상의 불법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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