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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N잡러'가 의사이자 웹소설 작가로 살아가는 법

'중증의학센터'·'A.I. 닥터' 이낙준 작가 인터뷰

의사 생활 다룬 만화 떠올리다 웹소설 시작

"웹소설, 웹툰·드라마화 흥행 힘 실려…시장 더 커질 것"

이낙준 작가.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늘도 이곳으로 오면서 카카오톡으로 신작 프롤로그를 하나 썼어요.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나는 게 있거든요. 좋아하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행복하죠.”

이비인후과 전문의이자 인기 웹소설 작가, 구독자 100만 명 채널 ‘닥터 프렌즈’를 운영하는 유튜버. 지금은 의사 생활을 쉬고 전업 작가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24시간의 하루가 이낙준 작가에게는 짧을 듯하다. 21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 애비뉴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이 작가는 “저는 오래 계속 재밌는 이야기를 생산하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의사였던 그는 왜 웹소설 작가의 길을 걷게 됐을까. 이 작가는 “아버지와 동생까지 집안이 원래 장르 소설을 좋아했다. 만화책도 많이 봐서 만화방 아저씨가 신간이 나오면 더 사도 되는지 의견을 묻기도 했다”면서 “의사 생활을 하면서 의사 생활툰을 그려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아 소설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산 이씨라는 이유로 필명 ‘한산이가’를 지었다는 이 작가의 작품들은 의학을 소재로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작 ‘중증의학센터: 골든 아워’는 웹툰에 이어 드라마화까지 결정됐고, ‘A.I. 닥터’ 또한 웹툰화돼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이 작가는 작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데 대한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사실 소설은 해상도가 낮은 매체다. 글로는 뭉뚱그려 넘어갈 수 있는 것도 그림으로 보여지면 독자들이 깐깐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면서 “감독님이 잘 촬영해주시겠지만, 드라마가 될 때 작품의 문제점이 있다면 도드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연재 중인 ‘A.I. 닥터’는 1200화가 넘는 긴 분량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상업작가의 마음으로 처음부터 작품 디자인을 그렇게 한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 번 작품이 힘을 얻으면 오래 간다. 장편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편을 이어가기 위해 웹소설의 문법을 변형해 주인공 외에 주변 인물의 서사도 조명했다. 클리셰를 뒤집어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병원 원장은 골프 치고 난초를 닦는 ‘나쁜 사람’인데 여기서는 환자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콘셉트에 더해 주인공을 아들로 착각하게 하는 요소를 섞었다”고 말했다.



21일 열린 '2023 문화다양성 주간' 토크콘서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겨울(왼쪽) 작가·장강명 작가·이낙준(오른쪽) 작가.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상업작가의 면모를 강조했지만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고민도 엿보였다. 이날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5월 21일)’을 맞이해 열린 ‘2023 문화다양성 주간’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이 작가는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김겨울 작가, 소설가 장강명 작가와 함께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서도 이 작가는 “최근에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보기 시작하면서 무척 놀랐다. 소시오패스·전과자·트랜스젠더 등 약자들이 모여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이지 않나”라면서 “나도 저런 걸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만 고민했는데, 재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상업소설 테두리 안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학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반응이 돌아오자 다른 의사들과 함께 영상으로 의학을 다뤄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유튜브도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의학의 역사’를 주제로 한 콘텐츠도 만든다. 그는 유튜브와 웹소설 창작 활동은 선순환을 이룬다고 했다. “의학의 역사를 새로 공부해서 콘텐츠를 만들면 거기서 공부한 걸로 소설도 쓰니까 일타이피 느낌이 있죠.”

영향력을 키워가는 웹소설 시장에 대해서는 “마이너 중 마이너고 서브컬처에 대해 낮춰보는 시선이 있다”면서도 “웹소설 원작의 웹툰이나 드라마는 흥행할 때 힘이 실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시장이 커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독자들을 향해서는 “제 소설은 매일 생산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은데 그럼에도 재미있게 봐주시니까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는 향후 무협이나 판타지, 법의학을 이용한 추리 소설도 생각 중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앞으로 제가 다른 장르에 도전할 때 ‘의학 안 썼네’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번만 ‘찍먹’이라도 해 주시면 좋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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