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준공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포레센트’ 전용 121.95㎡는 올해 1월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계약금을 2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무려 9억 원 감액했다. 같은 단지에서 5월 중순 이뤄진 갱신 계약도 기존 20억 8000만 원에서 14억 8000만 원으로 보증금이 6억 원 줄었다.
전세금 감액 계약을 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수도권에서 평균 1억 원씩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토해낸’ 가운데 고액 전세 계약이 많은 강남권에서는 5억 원 이상을 돌려준 사례가 수두룩하다.
2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체결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 갱신 계약 4004건 가운데 1713건(42.8%)이 보증금을 낮춘 ‘감액 갱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보증금 추이를 살펴본 결과 평균 갱신 보증금은 4억 4755만 원으로 종전 5억 4166만 원에 비해 9411만 원 낮아졌다.
특히 서울 지역의 감액 폭이 가장 컸다. 기존 6억 9786억 원에서 5억 7983억 원으로 평균 1억 1803만 원 떨어졌다. 이 밖에 △경기 8027만 원(4억 5746만 원→3억 7719만 원) △인천 7045만 원(3억 4992만 원→2억 7947만 원) 순으로 조사됐다.
보증금을 1억 원 이하로 돌려준 경우가 69.4%(1만 6275건 중 1만 1301건)로 가장 많았으나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하남 등 일부 지역의 대형 면적에서 3억 원 넘게 보증금을 낮춘 거래가 나타나 감액 폭을 키웠다.
10억 원이 넘는 강남권 새아파트의 고액 전세의 경우 올해 들어 5억 원 이상씩 돌려준 사례가 속출했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 112.73㎡(6억 원)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 84.94㎡(5억 2000만~5억 5000만 원) △잠원 신반포자이 84.92㎡(6억 2500만 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전세 감액 갱신 계약을 했음에도 여전히 신규 대비 보증금이 높은 경우도 상당수(57%) 나타났다. 이사비, 중개 보수 등 신규 계약 시 발생하는 비용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증금에도 ‘그냥 살겠다’는 수요가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남, 특히 개포 지역은 연초 입주 물량이 많아 전셋값이 크게 하락한 여파가 컸다”며 “학군 등 당장 거처를 옮기기가 어려운 경우 신규 계약 시세만큼 감액 갱신 계약을 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다음 달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가구가 19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이 같은 물량 부담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6월 계획된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 2870가구로 2021년 11월 4만 7404가구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8%인 2만 4872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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