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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수도권·지방 ‘윈윈’ 해법 찾고 지방재정준칙 도입 서둘러야”

◆김일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지방 소멸 위기…기업 유치·좋은 일자리 창출이 돌파구

지자체 선심 경쟁에 빚더미, 미래성장동력 확충 집중을

대한민국 제2도약 위해 지방을 새로운 발전 축 삼아야

규제 혁파와 균형발전 정책으로 진정한 지방시대 개막


“지방의 위기가 곧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절박감을 갖고 범국가 차원에서 관계 부처 합동 협의체 등을 구성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자율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과도한 선심성 지출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 확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김일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 소멸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기업 유치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과 관련해 “지역상생발전기금 규모를 확대하거나 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발전 정책을 발굴하는 등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이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의 선심 경쟁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하면서 지방 재정준칙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일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이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도 선심 경쟁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 확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방 소멸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 기준으로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이 89곳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 상권 쇠퇴와 경기 침체, 대학 폐쇄 등은 비수도권의 청년 인구 감소 및 초저출산을 유발하고 있다. 우리 삶의 뿌리이자 국가의 기반인 지방을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지방 소멸의 원인 자체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해법도 융복합적인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범국가 차원에서 거버넌스 체계를 총체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영역을 넘어 관계 부처 합동 협의체나 국책연구기관 협력 기구를 통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기관별로 분산된 재정 지원 효율화도 시급하다. 지난해부터 매년 1조 원씩 10년간 투입될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연간 10조 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낙후·취약 지역 지원 사업을 통합해야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지역에 투자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소득이 늘어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청년층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과 사회기반시설 구축이 절실하다. 마을 기업이 농산물을 생산하고 마케팅에 나서는 등 지역 단위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기업들은 지방으로 갈수록 규제가 심해진다고 하소연한다.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지방이 주인이 되는 지방 시대’를 만들려면 지방 단위의 조례나 규칙 등도 개혁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 맞춤형으로 규제를 혁신하고 정보 제공 관련 포털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 기업들이 지방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편이 없도록 원스톱 기업애로해소센터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지자체의 기업 투자 유치전이 치열한데.

△지자체들은 반도체나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위주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추진되는 ‘기회발전특구’도 주목할 만하다. 해당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발전 계획을 마련하면 취득세나 재산세·법인세 등 세제 감면과 정주시설 지원이 이뤄진다. 법적으로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등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국에 조성된 10곳의 혁신도시와 2곳의 기업도시는 지역 발전 차원에서 나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인근 도시 공동화, 혁신도시 상가 공실화 문제와 상생 발전 대안 마련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는 지역사회 전체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해 자립적인 성장 발전의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를 스마트시티로 발전시키려는 작업은 삶의 질 개선과 지역 혁신 역량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빼앗고 빼앗기는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이 돼야 된다. 윤석열 정부는 ‘전국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 시대’를 표방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의 규제 완화는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미래 성장 동력 확보나 국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수도권의 역할은 중요하다. 다만 그 혜택을 수도권에서 독차지하게 되면 지역 낙후도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되려면 현재의 지역상생발전기금 규모를 확대하거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해 발전 정책을 발굴하는 등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본격적인 지방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은 지방이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떠오르는 시대다. 이미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지역에서 발굴한 사례들이 많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자랑하는 탄소 산업을 일군 것도 경북과 전북이다. 남해안 지역의 관광벨트를 만들어 K관광을 육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 자율성을 부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지역 특성에 맞는 신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지방자치 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도 빨리 처리돼야 한다.



-지역 인재 양성도 중요한 과제인데.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대학·지자체·기업 3자 간 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여기서 우수한 인재를 많이 양성해 고향에서도 좋은 여건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자면 지역특화형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강력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가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 체계(RISE)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자체들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자체의 선심성 지출은 지방 재정을 악화시켜 중앙정부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고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 올해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5%에 머물러 있다. 일부 지자체는 지방 교부금을 방만하게 운영해 빚더미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선심성 사업을 끼워 넣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자체에 자율성을 대폭 허용하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선심성 위주의 사업보다는 미래 성장 동력이나 국제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이나 기업 유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된다. 물론 사회적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는 중요하다.

-지방 재정 건전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우선 지방재정법의 지방재정사업 평가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는 사업 평가를 단체장이 맡고 있어 객관성·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재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 국가 재정준칙과 마찬가지로 지방 재정준칙 제도도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도입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통합재정수지 적자 등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는 제도적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복지 사업 남발에 따른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담당했던 상당수의 복지 사업이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복지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매칭 방식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재정 능력이 취약한 곳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가 공모 사업을 따내고도 예산 부족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금 낭비가 없도록 엄격한 주민 통제가 필요하다.

-지방행정연구원에서 주요 사업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맡고 있는데.

△지방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투자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매년 진행하는 80~100건의 조사에서 타당성 부족으로 탈락하는 사업이 많다. 단체장 입장에서는 많은 사업에 욕심을 내지만 잘못하면 재정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행정안전부도 최근 건전한 지방 재정 유도를 위해 지자체의 채무 보증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자체의 주요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 면제도 엄격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올해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사회의 새로운 재원 확보라는 점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제도 안착을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소비형 답례품보다는 지역방문형·숙박형 등 다양한 답례품을 발굴하고 투자형 기금 사업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향납세제도를 도입한 일본이 기업기부제를 도입하고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한 것도 참고할 만하다.

-지역 경제의 활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대한민국이 제2의 도약에 나서려면 지방을 새로운 국가 발전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 지방 인재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어디에서나 잘살 수 있는 지방 시대를 만들기 위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연구원도 지방 시대를 맞아 올바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종합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지방행정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챗GPT를 활용한 지방 경영 혁신 방안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He is…

1960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숭실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인디아나대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 가천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행정안전부 인사기획관, 전북 행정부지사·기획관리실장,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 등을 지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현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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