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이 일본과 인도로 몰리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자 투자 대안을 일본·인도에서 찾는 투자가들이 늘었다. 23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올해 2분기 이후(4월 1~5월 22일) 외국인투자가들이 일본 주식을 216억 달러(약 28조 원)어치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2일 3만 1086.82로 치솟아 3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인도의 주요 지수인 센섹스지수도 한 달 사이 3% 넘게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증시에 3월 말 이후 44억 달러(약 6조 원)의 해외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전했다.
일본으로의 자금 유입은 엔화 약세, 금융 완화 정책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주요 요인은 일본 정부의 규제 혁파, 세제 지원 등 친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사 1067곳의 2023회계연도 순이익은 전년 대비 2% 늘어 3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파격적인 혜택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도 이끌어내고 있다. 대만 TSMC의 투자 유치에 4760억 엔(약 4조 6000억 원)의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인도도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투자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의 노력은 빈약하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유치를 위해 우리 정부가 제시한 혜택은 인도네시아·태국보다도 못하다. 인도네시아는 20년간 법인세 100% 면제, 이후 2년간 50% 감면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는 설비투자 25% 세액공제, 인건비 등 투자액 50% 현금 지원 등을 내세웠지만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 혜택이 크지 않다.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무엇보다 법인세 인하 등으로 세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율을 1.1%포인트 내리면 기업 설비투자가 3.97% 증가하고 실업률은 0.56%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규제 완화, 노동 개혁도 서둘러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들의 유턴도 촉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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