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 등 ‘관계성 범죄’에 프로파일링(범죄 분석)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관계성 범죄의 경우 가족·연인이라는 유대감을 악용해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학습된 무기력’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프로파일링 지원을 받을 경우 수사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부 과학수사과는 이번 주부터 관계성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관을 대상으로 프로파일링 지원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수사관은 과학수사업무포털시스템(SCAS)에 접속해 사건을 의뢰하고 서울청 통합분석팀은 사건을 종합 분석하게 된다. 프로파일러 4명이 포함된 분석팀은 사건 종합 분석, 신문 지원, 수사 면담 및 심리 평가, 진술 분석, 심리 부검, 지리적 프로파일링 등을 제공한다.
관계성 범죄는 친족 및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만큼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심각한 범죄가 발생할 위험성이 큼에도 경찰 수사가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살인 사건 피해자 650명 가운데 친족 및 이웃·지인 피의자가 전체의 50%에 가까웠다. 친밀감이 비교적 강한 친구 및 직장 동료, 애인도 각각 9.8%, 9.3%였다. 일면식이 없는 타인은 22.8%에 그쳤다.
프로파일링 기법을 지원받은 일선 수사관은 “미성년자 강간 피해자가 네 차례에 걸쳐 진술을 번복한 사건이 있었다”며 “프로파일링을 통해 심리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술하도록 유도한 사실을 확인해 사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프로파일링을 거친 수사보고서는 향후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도 법적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서울청 과학수사대장은 “프로파일링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 간 관계가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분석되는 만큼 사법기관의 정확한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제 스토킹 피의자 영장 실질 심사 과정에서 판사가 프로파일링 분석 보고서를 많이 참고한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서울청 외에 전국 시도 경찰청 확대도 검토할 것으로 파악됐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관계성 범죄는 기존에 암수 범죄가 많았고 신고를 접수받은 수사관이 해당 사안이 범죄인지 판단할 척도가 부족했다”며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하면 관계성 범죄 수사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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