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공무원 수십여명이 세금으로 편성된 ‘사무관리비’로 개인용품을 구입한 사실이 감사에 적발됐다. 도청과 의회 등 74개 과 모두에서 부정사용이 확인됐을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전국 모든 시·도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5일 전남도 감사관실은 지난 2개월간 본청 74개 부서(도의회 포함)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사무관리비 집행내역을 감사한 결과, 총 50명이 부서 법인카드를 이용해 4363만원 상당의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는 횡령액이 200만 원 이상인 6명은 전남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했고, 100만 원 이상인 10명에 대해서는 전남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공무원 4명은 경징계를 요구하고 액수가 경미한 30명에 대해선 훈계 조치했다. 적발된 공무원들은 서무를 주로 맡는 7∼9급 하위 공무원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장급인 3급과 과장급인 4급, 팀장급인 5급 공무원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수사 의뢰 된 A씨의 경우, 2020~2022년 3년 동안 사무관리비 630만 원으로 로봇청소기, 스마트워치, 구두 등 20개 물품을 구입해 자신이 사용하거나 동료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를 인정해 고발된 B씨는 2021~2022년 2년간 골프용품 상품권과 의류 상품권 등 410만 원어치 물품을 사무관리비로 구매했다.
‘사무관리비’란 사무용품과 비품 등의 구매 목적으로 각 부서에 할당되는 예산이다. 올해 전남도 74개 부서의 전체 사무관리비는 769억 원이다. 법인카드 전표에는 ‘도청 구내 매점’에서 물건을 산 것으로 나와 있는데, 매점 운영자인 전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이 약 20% 수수료를 받고 G마켓 계정을 통해 사적 물품을 구매 대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물품 구입 시 매점은 부가가치세 10%, 소득세 3%, 임차료, 인건비 등 6% 명목으로 총 19%의 수수료를 물품값에 부과했다. 다시 말해 온라인에서 직접 구매하면 100만원을 주고 살 수 있는 상품이 매점을 통하면 119만원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구조여서 공무원들의 배임 의혹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남지방경찰청은 노조 사무실과 매점 등을 압수 수색을 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전남도는 공무원들의 횡령을 막고자 제도 개선책도 내놨다. 회계과가 발급하는 공인인증서를 통해 직접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토록 했다. 또 공금 횡령 기준을 현행 2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유용 고발 기준은 30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집행부는 사과문을 내고 “이런 사태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매점 운영권 양도를 적극 검토하고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드린다”며 “관련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불법적으로 지출된 예산도 전액 환수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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