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3번 연속으로 동결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값이 1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강남권 및 마포구 등 요지에서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거래가 늘고 실거래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매매 시장에 온기가 조금씩 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매도·매수자 간 호가가 벌어진 데다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세 상승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4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0.01% 오르며 지난해 5월 5주 이후 52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한 곳은 송파구(0.26%)다. 지난해 강남3구 가운데 가장 하락 폭이 컸던 송파구는 3월 1주 서울에서 가장 먼저 상승 전환한 뒤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 데다 외지인 수요도 유입되면서 2년 전 수준으로 회복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110.7㎡는 이달 3일 25억 3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1년 6월 거래 가격인 26억 5000만 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주요 지역에서도 ‘갈아타기’ ‘갭투자’ 등의 방법으로 매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매물이 많은 84㎡는 올 1~2월만 해도 17억 원대 거래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기본 18억 원, 19억 원대에도 거래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구(0.10%→0.19%)와 서초구(0.10%→0.13%)도 전주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강동구(0.06%→0.05%)도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들이 서울 전체 상승세를 이끌며 다른 지역도 상승 전환하고 있다. 이번 주 중구(0.03%)와 마포구(0.02%)가 상승 전환하며 상승 지역은 용산·동작구를 포함해 8곳으로 늘었다. 실거래 가격도 올랐다. 중구 순화동 ‘덕수궁롯데캐슬’ 전용 82.3㎡는 지난달 22일 15억 3000만 원에 거래되며 2021년 4월 거래 가격인 15억 4500만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단지는 매물 자체가 적어 급매도 거의 없어 호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다 보니 그동안 매수 문의가 없어 오랫동안 거래도 없었다”며 “그러다 올해 들어 주변 지역 실거래가가 높아지면서 4월부터 거래가 이어지며 2년 전과 비슷한 가격에 계약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서울 대부분 지역은 아파트 가격 하락 및 보합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주 아파트 값이 하락한 지역은 강서(-0.09%), 도봉·구로·광진(-0.07%)을 포함해 14곳으로 보합(양천·노원·성동) 지역을 합치면 25곳 가운데 17곳에서 약보합세가 계속됐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 지역은 하락 폭을 줄였지만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4주 연속 상승했던 노원(0.07%→0.00%)은 호가가 오르자 매수세가 주춤하며 보합 전환했다. 도봉구(-0.12%→-0.07%)와 강북구(-0.14%→-0.02%)도 하락 폭이 줄어들었지만 매수세가 잠잠하며 하락세가 이어졌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이슈가 있는 곳들만 매수 문의가 있고 그 외 지역에는 매수 문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가격이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 지역은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가격과 입지에 따라 상급지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중간 이하 정도의 입지와 가격대에서는 거래가 지지부진한 상태가 양극화의 한 원인”이라며 “수도권과 지방 간, 서울과 비서울 간, 강남 등 핵심 지역과 서울 외곽 지역 간 양극화 문제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서울 외곽에도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가격 낙폭이 크거나 가격이 낮은 경우 금리 등에 의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젊은 세대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1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던 인천 아파트 값은 이번 주에도 0.02%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경기 아파트 값은 0.06% 내리며 지난주(-0.02%)보다 낙폭을 키웠다. 전국 아파트 값은 0.05% 하락해 전주와 같은 하락 폭을 유지했다.
지역별로 아파트 값이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추세 상승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리와 전셋값의 변수에 따라 하반기 본격적인 상승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여전히 금리 자체가 높고 서울 아파트조차 전세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는 데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서울 집값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경기가 살아나며 금리가 인하되고 전셋값도 안정돼야 본격적인 상승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강남·용산·목동 등의 집값은 반등하는 모습인데 이렇게 입지에 따라 오를 곳은 오르고 떨어지는 곳은 떨어지는 양극화는 집값이 하락을 멈추고 상승으로 전환하기 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 시장도 낙폭을 줄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01% 오르며 지난해 1월 둘째 주(0.01%) 이후 1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세가격 역시 송파구가 0.54% 오르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강남구(0.24%), 동작구(0.08%)도 주요 단지에서 상승 계약이 이어지며 오름 폭이 커졌다. 부동산원은 “장기간 전세가격이 하락해 추가적인 급락 우려가 줄어든 상황에서 주거 여건이 양호한 주요 대단지 위주로 급매물 소진 후 상승 계약이 이뤄지며 상승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0.08% 내려 전주(-0.10%)보다 낙폭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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