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때 고용보험으로부터 받는 실업급여가 일할 때 받았던 실소득(세금과 4대 보험료 제외) 수령액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심각하다. 고용노동부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여 명의 27.8%에 해당하는 45만여 명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니 실업급여 요건을 맞추려고 형식적 취업 활동을 하는 ‘무늬만 구직자’, 실업급여 반복 수급 등 편법과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말 “한국은 실업급여가 세후(稅後) 소득보다 많아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이런 경우는 OECD 국가 중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방만하게 정책을 펼친 탓이 크다. 문 정부는 실업급여의 기준 금액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고 수급 기간도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렸다. 더욱이 최저임금을 2018년, 2019년 각각 16.4%, 10.9%나 급격히 인상한 것이 화를 재촉했다. 저임 근로자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의 90%로 설정된 실업급여 하한액이 덩달아 2017년 하루 4만 6584원에서 2019년 6만120 원으로 29%나 급등했다. 하한액이 적용되는 수급자는 2019년 전체 수급자의 81.7%까지 치솟았다. 실업급여 수급자도 2017년 120만 명에서 2021년 178만으로 급증했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10조 2544억 원에 달했던 고용보험기금은 사실상 완전 고갈됐다.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을 제외하면 지난해 말 3조 9670억 원의 손실이 난 상태다. 기금이 악화하자 문 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임기 내 두 차례나 보험료율을 올렸다. 낮은 임금을 받고 힘들게 일하기보다 쉬면서 실업급여나 타는 게 좋으면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나. 정부는 이제라도 근로의욕을 높이고 고용보험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업급여 제도의 전면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계도 자발적 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식의 억지 주장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제도 개선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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