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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하다 '뚝' 소리가? 텅빈 뼈가 보내는 경고…혹시 나도 '초고위험군'일까 [헬시타임]

◆고령화 시대 '골다공증 환자' 100만명 돌파

골다공증 골절 8년새 47% 급증

폐경 겪은 여성 '초위험군' 분류

일상생활 지장…합병증 우려도

척추·손목 등 재골절 발생 높아

고관절 재발땐 사망률은 20%대

골밀도 검사·치료제 병행 필수





#중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김서연씨(여·52)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폐경 진단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3년 가까이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김씨는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오자 지인들과 기분전환 겸 산행길에 올랐다. 그런데 모처럼만의 외출에 들뜬 탓인지 하산 도중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중심을 잡으려다 손으로 땅을 짚는 바람에 손목이 욱씬 거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가벼운 증상으로 여겼다. 일주일이 넘도록 통증이 나아지질 않자 가까운 정형외과를 찾은 김씨는 검사 결과 손목 뼈가 부러졌다는 소견을 들었다. 골다공증으로 뼈의 강도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김씨는 골절수술을 받고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했다.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와 한 동네에 사는 손영숙씨(여·64)는 다섯 살 난 손자가 유치원 수업을 마칠 무렵 데리러 간다. 몇달 전 국가 검진에서 골밀도 점수가 -3.6으로 매우 낮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평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 병원을 따로 찾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깜빡 잠이 들어 유치원 하원 시간을 놓쳐버린 손씨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던 중 허리에서 ‘뚝’하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검사 결과 ‘척추 압박 골절’ 진단을 받은 손씨는 번거롭다는 핑계로 골다공증 치료를 미뤘던 걸 후회하고 있다.

◇ 골다공증 환자 100만명 시대…증상 없어 부러진 뒤에야 진단


골다공증은 뼈 자체가 구멍이 뚫린 스펀지처럼 약해져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상태다. 심하면 재채기를 할 때 복부에 가해지는 압력 만으로도 척추가 눌려 통증이 생기거나 척추 압박 골절이 발생한다. 하지만 골밀도가 서서히 저하되다 보니 평소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골절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뒤에야 진단 받는 경우도 많다. 골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척추와 고관절 부위의 골밀도를 측정해보면 골다공증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인종과 성별이 같은 젊은 성인의 평균 골밀도와 비교해 표준편차로 나타낸 골밀도점수인 ‘T-스코어’가 기준이다. T-스코어가 ‘-1.0 이상’이면 정상으로 간주하지만 ‘-1.0에서 -2.5 사이’에 해당하면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 ‘-2.5 이하’일 경우 골다공증으로 구분한다. 김씨, 손씨처럼 폐경을 겪은 여성 중 골절 경험이 있거나 골밀도가 매우 낮은 경우는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골다공증은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심각한 건강 문제로 떠올랐다. 국제골다공증재단(IOF)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발생 건수는 연간 890만 건에 달했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골다공증 환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6년 국내 50세 이상의 골다공증 골절 발생 건수는 남녀를 합쳐 27만 5131건으로 8년새 약 47.5% 늘었다.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 인구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골다공증 골절을 경험한 후에는 골밀도와 관계없이 척추, 고관절, 손목 등의 재골절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골절이 발생한 여성의 절반가량(41%)이 첫 골절 발생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재골절을 경험하며 특히 고관절 재골절 시 1년 내 사망률이 20~24%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 골절 초고위험군, 골밀도 점수로 미리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골다공증 환자 중 골절 위험이 크고 임박한 환자는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초기부터 골절 위험을 빠르게 낮출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한골대사학회는 최신 진료지침에서 △최근 12개월 내 척추골절 또는 대퇴골절이 발생했거나 △골다공증 약물 치료 중 골절이 발생한 환자 △T-스코어가 -3.0 미만인 고령 환자 등을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골절을 겪은 이력이 있었다면 T-스코어가 -2.5 이하라도 골절 초위험군에 해당한다.

김씨처럼 상대적으로 운동신경이 좋은 50대에는 넘어지면서 손을 바닥에 짚어 손목 골절이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손목 골절은 다른 부위보다 치료 기간이 짧고 비용도 낮은 편이다. 다만 뒤이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골절 위험을 낮추려면 신속히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골다공증 골절은 그 자체로도 자가 보행력과 독립성을 떨어뜨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삶의 질을 낮추지만 골절로 입원할 경우 신체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욕창·폐렴·요로감염 등 여러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폐혈관이 막히는 폐색전증이 발생해 급작스럽게 사망하기도 한다. 54세와 66세 여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건강검진 사업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전액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검진 결과 통보서에는 골밀도 측정 부위와 T-스코어가 표기된다. 골밀도 검사 결과와 연계해 골다공증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됐다.

◇ 골 흡수 막고 새로운 뼈 형성 촉진…이중기전 신약도 등장


시중에는 새로운 뼈 형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뼈의 파괴를 막는 이중 작용 기전의 골다공증 치료제가 나와있다. 골절 위험이 매우 임박한 골절 초고위험군은 골흡수 억제제만으로 치료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우므로 골형성 촉진제를 함께 쓰는 것이 권고된다.

양재혁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이미 골다공증성 골절을 겪었거나 골절 경험이 없어도 골밀도가 매우 낮다면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초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며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뼈 건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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