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세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22년 4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수출이 감소할 것이 확실하다.
지난 40여 년 동안 세 분기 혹은 그 이상 연속 수출이 감소한 적은 여섯 번이다. 외환위기(IMF)였던 1998년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IT 버블’이 터진 2001년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수출이 줄었다. 그리고 남유럽 부채 상환 문제가 불거진 2012년 2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2015년 1분기 이후 일곱 분기 연속, 그리고 2019년 1분기 이후 일곱 분기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역대 최장기 수출 감소 기록이 일곱 분기였던 것과 비교해 지금 상황은 심각한 편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수출 부진이 크게 염려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 40년 동안의 역사로 볼 때 한국 수출 부진의 원인은 대체로 ‘외부 요인’이었다는 점이다. 1998년 세계 무역 감소(-2.3%), 2001년의 IT 버블 붕괴에 따른 세계경제 충격, 2008년의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위축, 2012년의 그리스 및 남유럽 부채 상환 충격, 2015년과 2016년의 세계 무역 급락, 2018년과 2019년 세계무역 부진이 한국 수출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다시 말해 한국 수출이 증가세를 타기 위해서는 세계경제가 활성화돼야 가능한데 그것은 우리 힘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문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수출 감소율의 크기다. 최근 세 분기 평균 수출 감소율은 대략 15%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의 평균 수출 감소율 18.5%나 2001년 평균 수출 감소율 15.5%에 버금가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 걱정이 크다.
정부도 수출 부진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했다. 수출 부진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올 2월 4차 회의까지 네 번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도 수출 활성화를 20대 중점 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했다. 여태껏 나온 정책을 정리해 보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미국, 중국의 3대 수출 시장과 중동·중남미 및 유럽연합(EU)의 3대 전략 시장으로 구분해 시장별 맞춤형 수출 특화 전략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또 분야별 수출 경쟁력과 전 정부 부처 및 유관 기관의 수출 지원 역량 강화도 계획하고 있다.
주력 산업인 5대 분야, 즉 해외 건설, 중소 벤처기업, 관광 콘텐츠 및 디지털, 바이오, 우주 분야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도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활발한 글로벌 지도자 교류 강화도 수출 드라이브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정부의 올 수출 목표는 6800억 달러다. 상반기 수출은 전년의 약 85% 수준인 3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수출은 3800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4% 증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 노력에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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