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영화제인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27일(현지 시간) 막을 내렸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의 프랑스 여성 감독인 쥐스틴 트리에에게 돌아갔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남편 살해의 혐의를 벗으려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제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에서 3점을 받아 경쟁 부문 작품 중 두 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등인 심사위원대상은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만든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이 수상했던 감독상은 ‘더 포토푀’를 연출한 베트남 출신 프랑스인 쩐아인홍 감독이 가져갔다. 평단의 최고 평점을 받으며 황금종려상 수상의 유력 후보로 꼽혔던 핀란드 영화 ‘폴른 리브즈’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지난해 ‘브로커’로 칸을 찾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의 작가 사카모토 유지가 감독상을 받았고, 고레에다 감독이 상을 대신 수상했다.
영화 ‘브로커’로 지난해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올해 폐막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등장했다. 여우주연상은 ‘어바웃 드라이 그라시즈’의 튀르키예 배우 메르베 디즈라드에게 돌아갔다. 송강호는 “배우나 예술가의 삶을 생각해보면 기쁨과 고통의 시간이 공존하는 것 같다”며 “무대 위의 기쁨을 위해 긴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남우주연상은 지난 해에 이어 아시아계 배우에게 돌아갔다. ‘퍼펙트 데이즈’의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는 두 번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일본 배우가 됐다.
비경쟁 부문에 총 7편이 초대받은 한국 영화들도 칸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의 공식 상영회에는 팬들과 관계자 2300명이 모여 영화를 관람했고, 크레딧이 올라간 뒤 12분 간의 기립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송중기 주연의 ‘화란’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24일(현지 시간)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회에서 화란은 큰 호평을 받았다. 송중기는 “이 영화를 하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비평가주간에는 이선균·정유미 주연의 영화 ‘잠’이 이름을 올렸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선균은 ‘탈출’에도 출연해 칸 영화제에서 가장 바쁜 배우가 되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는 감독 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라 시네프’에는 단편 영화 ‘홀’과 ‘이씨 가문의 형제들’이 주목받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황혜인 감독의 ‘홀’은 이 부문에서 2등 상을 수상했다.
칸 영화제에는 영화인 외 K팝 아이돌들도 참석했다. 제니는 HBO 드라마 ‘디 아이돌’의 홍보를 위해 칸을 찾았다. 그 외에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뷔, 블랙핑크 로제, 걸그룹 에스파 등이 칸을 찾았다.
한편 내홍을 겪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칸에서 화젯거리에 올랐다. 세계 영화인들이 칸에 참석한 한국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최 여부 등을 묻는 등 우려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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